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새 비자 정책을 발표했다. 전문성 높은 직종을 위해 추첨까지 진행하며 발급하는 전문직 비자(H-1B)의 수수료를 100배 인상해, 매년 우리 돈 1억4000만원 상당의 비자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정책을 바꿔서다. 표면적인 이유는 일자리다. 미국인을 교육하고 훈련해 고용하는 대신, 해외에서 이미 숙련을 쌓은 인력을 데려와 고용하는 걸 줄이겠단 발상이다. 그런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런 조치들도 핑계일 뿐이다. 전문직 비자를 막더라도, 미국에 그만큼의 고숙련 인력이 존재하진 않아, 미국인 고용이 늘긴 어려워서다. 그렇다면 까닭이 뭘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 하나저축은행 햇살론 의 미래』에서 현재 트럼프 지지층과 높은 상관도를 보이는 저학력 백인 계층의 삶의 질이 끔찍한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걸 수치로 논증한다. 대표적인 게 자살률이다. 1990년대 이후 대졸 백인의 자살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고졸 이하 백인의 자살률은 세 배 이상 늘었다. 불평등에 의한 절망의 죽음이다. 그렇지만 이를 완화하기 위한 복지 확대엔 부정적인 미국 생활비대출 기등록 인이 많다. 버클리대 마틴 길렌스 교수가 『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에서 주장했듯, 무자격 복지 수혜자의 ‘무임승차’가 싫어서다.
김주원 기자
본인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도 잘 모르는 이들을 감화시킨 게 트 현대캐피탈 기아차 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정책이다. 옛 대선후보가 국민들께 물었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냐’라는 물음과 기능적으로 같으나, 껍데기엔 ‘사회주의적인’ 복지 대신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는 외국인을 내쫓자는 기만책을 덧씌웠다. 세금을 들인 복지 확대에는 반대하면서도, 지지층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어야 한단 모순적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곤란 LTV 한 처지다. 그래서 전문직 비자 축소와 함께 발표된 게 미국 영주권 판매제도 ‘골드카드’다. 미국서 일하는 외국인 주머니를 털잔 거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관세 전쟁도 마찬가지다.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는 거둬들인 관세를 마치 배당금처럼 국민들에게 지급하잔 대담한 주장까지도 나온다. 미국인들의 복지에 대한 적대감을 건드리지 않고자 비(非) 현대카드 연체 조세 방식의 재원을 마련해, 그 돈을 복지 대신 현금으로 뿌리겠단 발상이다. 미국에서 공장을 해외로 옮겨간 덕을 봤으니, 미국의 복지제도 부재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까지도 같이 가져가란 복지비용의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다. 세계화로 얻어진 풍요가 모두에게 고루 분배되질 않아 생긴 게 미국의 절망한 백인들과 그들의 증오를 먹고 자라난 MAGA 세력이다. 우리 국민 300여 명이 억울하게 구금됐던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미국 백인들의 절망이 어떻게 정책으로 바뀌는지를 바르게 이해해야만 한다. 박한슬 약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