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9일 오전 핀란드 헬싱키의 오타니에미 고등학교. 2·3학년 학생 25명이 4∼5명씩 조를 이뤄 토의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펼친 노트북에는 이 나라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가 얼마 전 보도한 ‘어두운 공원 한가운데 초록 화장실이 서 있다’라는 사회 고발성 심층 기사가 떠 있었다. 수업 중인 리카 아우라바 선생님은 “기사가 어떤 구조로 돼 있고 (논점을 제시하기 위해) 누구를 인터뷰했는가 살펴보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이 수업은 원래 핀란 파산선고신청 드 문학 수업이지만, 이날은 저널리즘을 배우는 날이다. 리카 선생님은 앞서 ‘저널리즘은 무엇인가’ ‘기자는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나’ ‘기사·사설·칼럼·광고는 어떻게 다른가’ 등을 학생들에게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을 가졌다. 언론이라는 사회 제도와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뉴스 및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수업이다. 3학년 학생 닐 토지담보대출한도 로 톨로넨은 “모든 텍스트는 어떤 지향이나 의도를 담고 있어 글쓴이가 어떤 패턴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수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유치원부터 ‘국가 전략’ 문해력 교육 핀란드 학교에서는 미디어 문해력(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정보를 선별·활용하며, 허위정보에 10만원 빌리기 대응하는 능력) 수업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2013년 미디어 문해력을 국가교육과정에 포함했고, 2019년부터는 유치원∼고등학교 전 과정에서 가르치도록 했다. 문해력 수업 시간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교사에게 운용의 자율성이 주어진다. 수학 시간에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알아보고, 역사 시간에 나치의 ‘선전’(프로파간다)을 배우는 식 곰보배추자연산 이다. 리카 선생님은 “핀란드어 및 문학 수업에 ‘언어의 힘’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해 6주간 주3회 진행하는 문해력 수업을 편성했다”며 “수업과 연관된 최근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하기에, 어느 과목이든 미디어 문해력이 다뤄진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수준 높고 신뢰받는 전통 매체 콘텐츠는 문해력 교육의 급여압류한도 기본 요소라는 것이다. 정보가 넘쳐나고 개인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에 미디어 문해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혐오와 배제를 증폭하는 인종주의 선동이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매개로 확산하고 있어, 정보의 진위를 가리고 비판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의 핵심 역량이 됐다.
지난 9월9일 헬싱키 오타니에미 고등학교 미디어 문해력 수업 시간에 토의를 위해 핀란드 일간지의 심층 취재 기사를 띄워놓았다.
도서관 등서도 생애주기별 프로그램 핀란드는 교육을 통해 비판적 판단 능력을 키우고 책임 있는 정보 생산자가 되도록 하는 문해력 교육을 장기적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학생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사용 행태를 일정 기간 기록해서 모니터링하고, 뉴스를 읽고 토론하며, 직접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실천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국가는 국립시청각연구소(KAVI) 같은 곳을 통해 교사 연수를 시행하고 교재 및 학습자료를 개발해 지원한다. 문해력 교육이 교육과정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사회와의 협업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한 예로 팩트체크와 시민의 디지털 문해력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헬싱키의 대표적 비정부기구(NGO)인 ‘팍타바리’(Faktabaari)는 현장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문해력’ 같은 부교재를 제작해 학교에 제공하고, 교사가 요구하면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팍타바리’ 창립자 미코 살로는 “교사를 위한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고, 이들이 유용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소식지를 발행한다”며 “교사가 우리보다 학생들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교사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을 유치원에서부터 받은 학생들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오가는 정보에 좀 더 신중해진다고 한다. 오타니에미 고등학교 3학년 야델라 휘뵈넨은 “소셜미디어에 친구가 허위정보로 보이는 것을 공유했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친한 친구라면 ‘내가 기사에서 읽은 것과 달라서 잘못된 정보인 것 같다’고 직접 바로잡아준다”고 말했다.
지난 9월9일 핀란드 헬싱키 오타니에미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미디어 문해력 수업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미디어 문해력 지수’ 매년 최상위권에 학교뿐 아니라 도서관, 박물관, 시민단체 등에서도 시민 미디어 문해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이와 개인의 상황에 맞는 생애주기별 문해력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체계적인 노력에 힘입어 핀란드는 불가리아의 비정부기구 오픈소사이어티연구소에서 집계하는 미디어 문해력 지수 조사에서 해마다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최근 조사인 2023년 발표에서는 47개국 가운데 1위(한국은 16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핀란드는 체계적인 미디어 문해력 교육, 공영방송과 풀뿌리 지역 언론의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보도, 그리고 펙트체킹 비정부기구 등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정보 질서가 혼탁해지는 것을 막고, 사회의 높은 신뢰 수준을 유지해가고 있다. 헬싱키(핀란드)/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갈등과 분열, 불신과 혐오로 흔들리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시 시민의 신뢰 속에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한겨레는 오는 10월23일 열리는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인 ‘민주주의의 미래’를 탐구하려, 미국·유럽·대만 등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 혁신 현장을 찾았다. 순위투표제와 초당적 협력, 반극우·반차별 시민운동, 디지털 공론장, 시민의회 등 다양한 시도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확장하려는 전선이다. 각국의 실험을 살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와 과제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