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우리는 가장 뛰어난(smartest) 인재들이 미국으로 오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번 조치는 H-1B 비자가 매우 가치있는 일자리에만 사용되도록 보장하는 훌륭한 해결책이다.”(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스타트업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조치다.”(게리 탄 와이콤비네이터 CEO) “이번 정책은 취업알선비용 역효과를 낳을 어리석은 행동이다.”(마이클 모리츠 세쿼이아 캐피털 전 파트너) 전문직에 주어지는 ‘H-1B’ 비자 수수료 인상 소식에 이미 빅테크 반열에 든 기업 대표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반면 스타트업계를 대표하는 이들은 미국의 성장을 스스로 옥죄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단번에 1000달러(약140만원)에서 10 품목수 만달러(약1억4000만원)로 100배 올린 비자 발급 비용을 두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빅테크엔 부담 적고, 스타트업엔 ‘치명적’
미국 정부는 인상된 비자 발급 비용은 신규 신청자들에게만 일회성으로 적용된다. H-1B 비자는 주로 이공계 인재들에게 발급되는데 처음 신청할 때 유효 주택담보대출문의 기한이 3년이고, 1번 더 3년 연장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자 소지자가 영주권을 신청할 수도 있다. 때문에 빅테크들은 인력운용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셈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스타트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실리콘밸리에서 무수히 태동하고 혁신 서비스를 내세워 투자를 받고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은 초기에 핵심 서비스를 사업화가 가능한 내생에첫주택 모델로 구현하기 위해 뛰어난 IT 인재가 필수적이다. 신생 기업의 자금사정을 감안하면 고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워 해외에서 인재를 찾는 경우가 많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있는 정보 기술 혁신 재단(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의 로버트 D. 앳킨슨 회장은 “해 은행적금이자비교 외에서 온 단 몇 명의 재능 있는 직원들이 종종 스타트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체 플루언트 벤처스(Fluent Ventures)의 매니징 파트너인 알렉상드르 라자로는 10만달러의 수수료에 대해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불균형적으로 큰 피해를 준다. 스타트업은 비용을 흡수할 자원이 부족하고, 성장을 위해 글로벌 인재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비자 추첨 기회도 ‘빈익빈 부익부’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H-1B 비자 추첨 기회도 고연봉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바꿨다. 미 연방 관보에 따르면 연간 비자 신청 건수가 법정 상한선인 8만5000건을 초과하면 고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의 신청서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했다. 노동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청자를 네 가지 임금 구간으로 나누고, 가장 높은 임금 수준 (연평균 16만2528달러, 약 2억3000만원)의 근로자는 선발 대상에 네 번 포함시켜 추첨을 한다는 것이다. 가장 낮은 임금 수준 근로자는 추첨에 한 번만 포함시킨다. 결국 고임금자에게는 4번의 기회가, 저임금자는 1번뿐인 기회가 주어진다.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빈익빈 부익부’인 셈이다. 이 같은 안에 대해서 스타트업은 특히 분노하고 있다. 빅테크에 비해 근로자에게 고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보니, 자연히 비자 추첨에서도 불리한 구조를 감안해야 한다. 벤처투자자 등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이들은 H-1B 비자는 연간 쿼터가 제한돼, 이미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뛰어난 인재만을 선별하기 위해 문턱을 높인 것이란 정부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사, 급여 및 채용 기술 플랫폼인 워크스트림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데스몬드 림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으로서 모든 채용은 소중하며, 우리는 H-1B 프로그램을 통해 최고의 인재만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도 걸리기 때문이다”라고 항변했다.
“사다리 걷어차기”, “미국에 피해 부메랑” 비판
미국 벤처 생태계에서는 신생 기업들의 성장 발판을 단절시키는 ‘사다리 걷어차기’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숙련 인력 부족이란 부작용과 함께 오히려 IT업계에서 해외로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싱크탱크 니산켄 센터의 이민정책 분석가인 길 구에라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상된 수수료는 신규 H-1B 비자 취득자에게만 적용될 예정이므로, 즉각적인 혼란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케이토 연구소의 이민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비어는 BBC에 “비자 수수료가 인상되면서 미국 기업들은 채용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상당량의 업무를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스타트업의 위기가 벤처 투자자들의 투자 위축으로 돌아와 결국 벤처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낼 것이란 분석도 있다. 크로스브리지 캐피털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마니쉬 싱은 인상된 비자 수수료가 “H-1B 근로자에 크게 의존하는 초기 단계 미국 기업에 대한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 모멘텀이 감소할 수 있는 반면, 유럽은 인재 유입과 투자자 관심 모두에서 상대적인 상승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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