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11일자 한겨레 북(Book) 섹션 ‘우리 책방은요’ 코너에 ‘떠도는 마음에 뜬 길잡이별’이라는 제목으로 ‘동네책방 시방’의 끝을 알린 후 3년여 만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접어야 했던 책방에 여운이 남았는지 필연처럼 2024년 12월, 시방이 있던 자리에서 10m 남짓한 거리에 ‘인문예술공간 점’이라는 독립서점을 꾸렸습니다. 이어달리기처럼 시방에서 건네받은 바통을 손에 꽉 쥐고 힘껏 달려볼 각오로 다시 출발점에 섰습니다.
인문예술공간 점의 외관. 1층에서는 주로 책과 소품 판매, 각종 강연과 공연, 전시가 이루어지며 2층은 모임, 공간 대관을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사회에서 만나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이희단 소설가와 함께 공간을 꾸려갑니다. 이희단 공시지가 감정가 소설가는 ‘나의 삶’을 찾기 위해 떠난 제주도 문학기행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윤후명 소설가의 ‘인생 2막과 소설’에 대한 강연을 들은 후, 마음속에 간직했던 소설을 공부하여 오십대 후반에 등단한 늦깎이 작가입니다. 소설집 ‘청나일 쪽으로’를 출간한 그녀와의 인연은 앞서 언급한 제주도에서 시작되었는데, 저는 당시 문학기행을 기획한 단체에서 일을 했고, 문학 월세담보 기행 이후에도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며 지냈습니다. 두 사람의 취향과 꿈이 상당한 부분에서 맞닿았고, 때마침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맞춰가며 함께 책방을 꾸리면 되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지자 우리는 덜컥 공간을 계약했습니다.
‘인문예술공간 점’의 상호는 ‘점’이라는 단어처럼 무수한 가능성과 쓰임을 지향하고, 인문학과 문화예술 공간 구현을 목표로 책과 사람, 공간의 세심한 연결을 시도하는 재치 있고 짜임새 있는 서사의 공간이 되길 바라며 지었습니다.
부산자동차담보대출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시민문학프로그램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난 4월에는 함민복 시인을 초청하여 ‘우리는 이 시대에 왜 시를 읽고 쓰는가’라는 주제로 책담회를 진행했다.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에서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한 연설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현재 하는 일들이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고 점으로 연결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연설은 제가 ‘점’에 철학을 담게 된 계기이자 ‘인문예술공간 점’ 상호의 기원이 되었고, 저의 과거 경험들이 점으로 연결되도록 감각을 자극하는 귀중한 말이 되었습니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시민문학프로그램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난 4월에는 박준 시인을 초청하여 ‘읽는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라는 주제로 책담회를 진행했다.
인문예술공간 점은 아직 초고처럼 미흡한 공간입니다. 한편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듯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상반기는 수익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공간을 채우고 단장하며 단련하는 마음으로 욕심보다 진심을 읽는 시기로 보냈습니다. 비록 한적한 상권에 불과한 만수시장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지만 존재 자체로 글이 되고 길을 내는 공간이 되고자 알뜰히 보듬고 다듬으며 두루 살폈습니다. 시범 운영 기간과도 같았던 상반기에 함민복 시인과 박준 시인을 초청하여 책담회를 개최했고, 사진 에세이 쓰기, 독서 모임, 인문학적 글쓰기 모임 등을 통해 참가자들과 다정한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하반기에는 다채로운 주제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보다 스토리두잉(storydoing)으로 접근하여, 번아웃 강연 및 숲속 싱잉볼 명상, 캘리그라피 미니북 만들기, 작가와의 만남, 대상별 맞춤형 독서, 글쓰기 수업을 운영하며 인문예술과 취향의 교점 공간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중앙도서관 지원을 받아 독서 및 인문학적 글쓰기를 목적으로 하는 ‘독점’ 동아리 모임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운영하고 있으며, 모임의 결과물은 늦가을쯤 제작될 예정이다.
글·사진 이수인 ‘인문예술공간 점’ 책방지기
인천광역시 남동구 만수로45번길16, 4호
https://www.instagram.com/space.point.2024
인천광역시교육청중앙도서관 지원을 받아 사진 에세이 쓰기를 목적으로 하는 ‘고유명사’ 모임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운영하고 있으며, 모임의 결과물은 늦가을쯤 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