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원리금 균등상환방식 100마일이라는 거리는 인간의 상상력을 시험한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와 맞먹는 이 극한의 도전을 두 발로 달려서 완주한다는 것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같은 달리기를 '울트라 트레일러닝'이라고 한다.이 세계에는 특별한 문화가 존재한다. 바로 '페이스메이커'(Pacer) 문화다. 정신병원 페이스메이커는 속도를 맞춰주는 역할만이 아니다. 그들은 도전자의 정신적 지주이자 안전망이며,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의 동반자다. 지난 8월 필자가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한 서울 둘레길 'New 100miler' 프로젝트는 이 페이스메이커 문화가 지닌 진정한 가치를 여실히 보여줬다. 1970년대 미국 서 한국농협대학 부에서 시작된 연대의 문화 울트라 트레일러닝의 역사는 1970년대 후반 미국 서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시작됐다. 당시 소수의 극한 달리기 '추종자'들이 자연과의 교감을 추구하며 시작한 이 운동은 처음부터 개인주의적 성격이 아니었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홀로 100마일을 달리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1983년 9등급무직자추가대출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Western States Endurance Run'(매년 6월 마지막 주말에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 트레일에서 열리는 100.2마일 울트라마라톤)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가장 오래된 100마일 트레일러닝 대회다.
Western States E 정부전세자금대출조건 ndurance Run [펠리세이드 타호 홈페이지 캡처]
이 대회에서 확립된 페이스메이커 시스템은 전 세계 울트라 트레일러닝 문화의 근간이 됐다. 도전자 혼자서는 절대 완주할 수 없는 거리를 여러 명의 페이스메이커가 구간별로 동반하며 함께 달리는 것이다. 이는 경쟁을 넘어선 협력의 스포츠라는 울트라 트레일러닝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서울 둘레길 156.5km는 100마일에 거의 근접한 거리다. 북한산에서 시작해 관악산, 대모산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최적의 트레일러닝 환경을 제공한다. 세계 어느 대도시도 이만한 접근성과 안전성을 갖춘 100마일 트레일을 보유하지 못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 환경이 페이스메이커 문화에 최적화돼있다는 점이다. 지하철역을 체크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고, 24시간 편의점에서 보급품을 구입할 수 있다. 어느 구간에서든 통신할 수 있어 안전 관리가 철저하다. 이는 페이스메이커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전자를 서포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69㎞ 동행, 연대의 진정한 의미 발견 구파발역에서 수서역까지 69㎞.
서울 둘레길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번 프로젝트에서 필자가 맡은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은 한 구간을 담당하며 옆에서 달리는 것만이 아니었다. 이미 60km를 달려온 도전자 강가영 씨의 컨디션을 세심하게 살피며, 그의 페이스에 맞춰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고, 때로는 격려의 말 한마디로 포기 직전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역할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페이스메이커 자신도 극한의 도전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평소 빠른 속도에 익숙한 러너가 지친 도전자의 페이스에 맞춰 달리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인내를 요구한다. 자기 컨디션 관리와 동시에 상대방을 돌봐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페이스메이커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포터에서 도전자로, 선순환하는 성장의 고리가 있어서다. 페이스메이커로 참여한 사람에게 이 경험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다. 그들은 이 과정을 통해 100마일이라는 거리를 간접 체험하고, 언젠가 자신만의 도전을 준비하는 훈련의 기회로 삼는다. 실제로 많은 울트라 트레일러너들이 페이스메이커 경험을 통해 100마일 도전의 꿈을 키워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염주호 씨 역시 과거 다른 사람의 페이스메이커로 시작해 현재는 9번의 100마일 완주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 됐다. 그는 필자의 오랜 지인이자 일본의 트레일러너 '토모'씨의 '100mile 100times'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매년 'New 100miler'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서포터였던 사람이 도전자가 되고, 도전자였던 사람이 다시 서포터가 되는 선순환 구조는 울트라 트레일러닝 공동체의 핵심 동력이다. 개인의 성취가 곧 공동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밤중 서울, 도시가 선사한 특별한 연대감 천만 인구의 거대 도시 서울. 평일에는 지하철 출퇴근 전쟁이 벌어지고, 주말에는 등산로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곳에서 한밤중 산길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관악산 등산로에서 마주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오직 헤드랜턴의 불빛과 발소리만이 고요한 밤을 깨웠다. 이런 환경에서 페이스메이커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고, 위험한 구간에서는 안전을 확보하며, 무엇보다 긴 밤을 버틸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를 제공한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도전자에게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는 것이다.
둘레길 울트라 트레일 러닝 [김울프 작가 제공]
156.5㎞를 20여 시간에 걸쳐 달린 후 완주 지점에 도착하는 순간. 그곳에는 도전자 혼자가 아닌 함께 달린 모든 사람이 있다. 각기 다른 구간을 담당했던 페이스메이커들, 체크포인트에서 보급을 담당했던 서포터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한 책임자까지. 완주의 포옹과 축하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선다. 그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함께하면 가능하다는 증명이자,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소해지는 진정한 연대의 모습이다. 누구 하나 강요받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한 사람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울트라 트레일러닝의 페이스메이커 문화는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개인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경쟁 사회에서, 타인의 도전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투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들에게 페이스메이커로 참여하는 것은 큰 투자다. 함께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 인간관계, 그리고 내적 성장은 어떤 물질적 보상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서울 둘레길에서 펼쳐진 100마일 프로젝트는 이런 가치들이 여전히 살아있고, 더 나아가 확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
완주를 마친 러너의 포옹 [김울프 작가 제공]
그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의 힘은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낸다. 서울 둘레길 100마일은 러너의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현대 도시인에게 진정한 연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이었다. 김정욱 (크루 및 작가 활동명 : KIMWOLF) ▲ 보스턴 마라톤 등 다수 마라톤 대회 완주한 '서브-3' 마라토너, 100㎞ 트레일 러너. ▲ 서핑 및 요트. 프리다이빙 등 액티비티 전문 사진·영상 제작자. ▲ 내셔널 지오그래픽·드라이브 기아·한겨레21·주간조선·행복의 가득한 집 등 잡지의 '아웃도어·러닝' 분야 자유기고가.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