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전 증인신문’, 피의자 방어권 침해하는 악법 지난해 초 특수본은 뉴스타파 기자들을 자금조달비용 상대로 ‘공판전 증인신문’을 신청했다. 20대 대선 3일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소위 ‘김만배 녹음파일’ 제작에 참여한 영상취재기자와 영상편집기자였다. 특수본은 해당 기사가 윤석열을 음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었다. 뉴스타파 기자들의 자택과 뉴스타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주변인들을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출 방위로 털었다. 특수본이 ‘공판 전 증인신문’을 신청한 명분은 “참고인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피의자인 뉴스타파 기자 3명의 범죄 사실을 명백히 아는 사람들이어서 조사가 필수적인데, 검찰조사에 불응한다는 이유였다. 특수본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고, 결국 두 번에 걸쳐 ‘공판 전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공판 전 증인신문’은 재판 절차가 아니라 수사 절차다. 하지만 재판처럼 진행된다. 법정에서 이뤄지고 방청석이 열린다. 기자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다. 사실상 공개 재판이자 여론 재판이다. 수사를 생중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증인으로 선 법정의 방청석에도 여러 언론사 기자들 수십명이 앉아 신문 내용을 받아쳤다. 특수본 소속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입수한 온갖 증거를 현출하며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피의사실이 넘쳐 흘렀다. 피의사실과 관계없거나, 증인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검사는 뉴스타파 기자들이 지인과 사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그대로 읽으며 증인에게 “알고 있냐”고 물었다. 심지어 존재하지도 않는 문자 메시지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검사가 하는 말의 상당부분은 증인이 아닌 방청석 기자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검사가 내뱉은 말은 기자들의 손과 입을 통해 거의 실시간 세상에 알려졌다. 피의사실 공표이자 명예 훼손이었다. 피의자인 뉴스타파 기자들의 방어권은 완전히 거세됐다. 검사가 벌이는 황당한 짓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관련 기사 : 검찰, ‘조작 문자’로 법정서 언론플레이, 2024.4.23.) 한동훈을 응원하는 이유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통해 사문화된 ‘공판 전 증인신문’ 제도를 부활시킨 사람은 다름아닌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이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이 끄집어낸 법에 이끌려 법정에 설 판이다. 그래서 한동훈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은, 단두대를 내세워 공포정치를 하다 단두대에서 사라진 독재자를 떠올리게 한다. ‘공판 전 증인신문’에 응한다면, 한동훈은 필시 뉴스타파 기자들이 겪은 것과 같은 일을 당할 것이다. 특검이 법정에서 할 말은 뻔하다. 추경호 등 윤석열 내란의 공범 혐의자들에 대한 피의사실이고 기사거리다. 한동훈의 답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한동훈은 그저 검사가 하고 싶은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데 필요한 도구에 불과할 것이다. ‘공판 전 증인신문’의 진짜 목적은 증거 수집이나 사실 확인이 아닌, 피의사실 공표와 피의자에 대한 낙인 효과다. 내란의 진실을 찾는 수사는 중요하다. 불법 비상계엄을 통한 친위쿠데타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사람들은 처벌받아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고 정의다. 그렇다해도 수사가 막무가내로 진행되게 해선 안 된다. 악마를 잡는다고 악마가 돼선 안 된다. 정의로운 결과만큼이나 정의로운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인인 나는 한동훈을 상대로 한 ‘공판 전 증인신문’에 반대한다. 피의사실이 무분별하게 공표되고,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비도덕적이고 비법률적이며 검사편의주의인 이 제도가 없어지길 바란다. ‘공판 전 증인신문’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한동훈을 응원하는 이유다. 뉴스타파 한상진 greenfish@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