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당시 충격으로 여전히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신원을 밝히길 꺼린 한국인 근로자 A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A씨는 “처음에는 단기 비자로 잠시 머무는 입장이니 걱정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무장 요원들이 들이닥쳐 수갑을 채우고 허리와 발목까지 쇠사슬로 묶었을 때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LG 협력업체 소속으로 전 구리암사대교 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약 5주간 체류하며 특수 장비 사용법을 교육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회의 참석과 교육 발표만 했을 뿐”이라며 자신이 비자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함께 구금된 B씨 역시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총을 든 요원들이 몰려왔다”며 “한국인이니 상관없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며 인터넷즉석복권 체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헬기·드론·장갑차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그는 “족쇄가 너무 조여 얼굴조차 만질 수 없었다”며 “평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그 순간엔 범죄자 취급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들이 수감된 시설은 열악했다. 60~70명이 한 방을 사용했으며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반팔 차림으로 밤을 견디려 장외기업 면 수건을 몸에 감아야 했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이틀간 이불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한다. B씨는 “침대가 없어 전자레인지에 데운 포장 빵을 품에 안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물이 하수구 냄새가 나 최대한 적게 마셨다”며 가장 괴로웠던 점으로 식수를 꼽았다. 그는 구금 초기엔 언제 풀려날지 알 수 없어 공포감이 컸고, 아파트 매매가 이후 변호사와 영사 접견이 이뤄지고 나서야 정부의 석방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후유증은 남아 있다. A씨는 귀국 직후 가족과 웃으며 재회했지만,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밤 어머니가 저녁을 차려주셨을 떄야 비로소 실감이 났고,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올레 할인카드 A씨는 지금도 외출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밖에서 구금 시설과 비슷한 냄새가 나면 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져 오래 외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모두 공항에서 웃으며 나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눈물이 나오기 직전 상태였다”며 뉴스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 복귀 의사를 전했다. B씨는 “30년 동안 해온 내 일이다. 인생을 이 일에 쏟아부었다”며 “다른 일을 뭘 할 수 있으며, 가족들은 어떻게 살겠냐"고 덧붙였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