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임권택'인가? 왜, '취화선'인가?
임권택 감독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적인 감독이라는 것이다.
과연 감독은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가 연출한 작품이 베니스, 몬트리올,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획득했고, 2002년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으며, 마침내 세계 영화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영화 '취화선'(醉畵仙,극영화/인물, 한국, 2002년, 120분)은 임권택이 세계적인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과거의 인물을 현재의 영상으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누구나 한번 이름을 들어보았고 개중에는 인
펀드 주식 물에 대한 상당한 지식까지 갖춘 관객이 있다면 더욱 힘들다.
게다가 조선 시대의 어느 화가가 살았던 인생과 예술관에서 세계인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면 감독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난 것이다. '취화선'은 바로 그런 영화다.
■ 인간, 장승업…'거지'에서 조선 '천재 화가'로
하나은행 아파트담보대출 영화 취화선(사진 :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조선 후기의 인물 오원(吾園) 장승업(1843~1897, 최민식 분)은 일찍이 고아가 되어 동가숙서가식 하며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웠고, 나날이 실력이 발전해 조선 최고의 화가에 오른 인물이다.
기술금융 그의 화풍은 힘이 넘치고 기교가 뛰어나며 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 사군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40대에는 왕실 화가인 화원(畫員)에 올랐으니 상당한 경지에 도달한 셈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약점도 많아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한곳에 진득이 머물지 못하는 품성이다. 왕궁 역시 예외는
집담보대출조건 아니라 몇 번이나 탈출했다 잡혀 왔다고 한다. 말하자면 제멋대로의 막돼먹은 천재여서 혜원 신윤복마저 그를 다스리기 포기했을 정도다.
■ 취화선, 거장이 만든 '영화 교과서'
영화감독 임권택(사진 :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sbi저축은행 햇살론 감독은 '취화선'에서 두 관점에 집중한다.
하나는 장승업의 인물 됨을 적나라하게 그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그림을 실감 나게 묘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독은 묵화의 어려운 기법들을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는데 그간 조선의 그림에 관한 필자의 단편적이고 분산된 지식이 한 줄에 꿰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를테면 농담(濃淡)은 본디 원근을 위해 필요한 기법이라는 식이다. 많은 공부를 했다.
거기에 덧붙여 장승업이 그리려 했던 조선의 자연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화면에 담은 점도 지켜볼 만하다.
그는 천하를 다니며 소재를 얻었는데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 영종도 갯벌은 압권이다. 그 소재들 하나하나가 그림을 넘어 영상으로 연결된다. 마치 장승업의 뇌에 침투해 이미지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꺼내 보는 듯했다.
감독에 따르면 장승업은 수석(壽石) 하나에서도 조선의 산하를 읽어내는 인물이다.
■ 임권택, '영화'로 '시대'를 그리다
영화 취화선(사진 :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장승업은 불운의 천재다.
만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교양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을 법하다. 장승업을 둘러싼 조선 양반들은 품위와 교양을 갖추었고 장승업의 그림에서 무엇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하는 줄 아는 지식인이다.
또한, 천주인 박해를 피해 여기저기 떠도는 매향(유호정 분)의 운명은 조선의 실상을 알려주는 풍향계로 작용한다. 조선 말기의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감독의 시선이 무척 날카롭다.
임권택의 관심은 전통과 인간의 새로운 이해에 있다. 아니, 우리나라의 유구한 전통을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살아 숨 쉬는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적당할지 모르겠다.
■ 다시, 감독 임권택
영화감독 임권택(사진 :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취화선' 외에 '씨받이'(1986), '서편제'(1993), '축제'(1996)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씨받이'에서는 남아선호 풍조가 여인들의 삶을 어떻게 평준화시켰는지 알려주고, '축제'에서는 죽은 이를 보내는 장례 행사를 통해 산 자들이 하나 됨의 기회를 얻고, '서편제'에서는 소리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 해방의 기운을 맛보고, '취화선'에서는 힘겹게 살다 간 천재를 통해 인간 본연의 삶을 훑는다.
임권택은 한국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고, 아시아의 정서를 세계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나 중국의 장이머우(장예모)에 버금가는 인물로 평가해 마땅하다.
'취화선'은 잊혀 가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그것을 통해 축적된 인간 이해의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글 : 영화평론가 박태식(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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