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증축터미널 1층 대합실. 복면을 쓴 테러범 3명이 인질의 목덜미를 붙잡은 채 진입해 총을 쏘아댔다. 이들은 요구사항을 들어달라며 공항 총괄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두 손을 머리 뒤로 올리고 고개를 숙인 인질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 테러 발생에 대비한 훈련 장면이다. 한국공항공사 김해공항은 이날 ‘2025년 김해국제공항 대테러 합 핸드폰 연체 신용 동훈련’을 실시했다. 국가정보원, 부산항공청, 부산경찰청 등 13개 기관에서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훈련은 다음 달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테러 발생 시 효율적 대응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기획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 참석을 저울질하는 가 프린트물 운데, 회의장과 가까운 국제공항인 김해공항은 각국 정상과 대표단의 입출국 허브여서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 훈련은 대합실 등 실내 공간에서 중점적으로 진행됐다. 국제 테러단체 소속원들이 “대한민국은 더는 테러 청정국이 아니다. 국민들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할 것”이라는 예고 글을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상황을 가정했다. 남양주별내지구분양 이들은 소속원 처벌에 앙심을 품고 APEC 정상회의를 방해하려 한다는 설정이었다.
11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1층 대합실에서 테러범 제압 상황을 가정한 대테러 합동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김해공항은 테러범 발견 무전을 받은 특수경비원의 보고를 받고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했다. 대합실의 1만 명을 대피시키고 공항을 폐쇄했다. 이어 출동한 경찰특공대가 테러범을 사살·검거했다.
이후 테러범 조끼에 부착된 폭발물을 수거해 공항폭발물처리반이 휴대용 탐지기로 정밀 검측한 뒤 주부 해체하는 훈련도 진행됐다. 공군 화생방 신속대응팀은 테러범이 휴대한 백색 가루를 확인하고 제독 작업을 했다. 경찰특공대는 공항 청사 상공에서 비행 중인 미승인 드론을 재밍건으로 격추하는 훈련도 펼쳤다. 김해공항에서는 실제 폭발물 테러를 예고하는 허위 신고가 최근 잇따라 여행객 불안을 키웠다. 2023년 8월 인터넷 게시판에는 “내일 오후 김해공항에서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글이 올라왔고, 나흘 뒤에는 “공항 폭파 후 출국하겠다”는 전화가 항공사 콜센터로 걸려왔다. 지난해 6월에도 공항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전역을 수색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11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1층 대합실에서 열린 대테러 합동훈련에서 공항폭발물처리반 요원이 테러범 조끼에 부착된 폭발물을 해체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남창희 한국공항공사 김해공항장은 “김해공항의 안전은 국가 신뢰와 직결된다”며 “APEC 정상회의 기간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실전 체계를 갖추고 관계기관과 협조 체계를 강화해 테러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은 18일 오전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29개 기관 100여 명이 참여한 ‘APEC 회의 대비 민·관·군 합동 항공기 사고 대응 훈련’을 시행했다. 항공기가 착륙장치 결함으로 동체 착륙해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화재 진압, 기내 인명 구조, 헬기 후송 과정을 연습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