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도전의 상징, 알프스 2009년 프랑스 알프스, 고산지대인 샤모니와 안시. 안시는 알프스의 관문도시로 스포츠 산업의 요람이다. 세계적인 스키, 러닝 장비 회사 살로몬의 본사가 안시에 있다. 샤모니는 알프스의 심장부라 불리는 몽블랑(4807미터) 기슭에 자리 잡은 도시로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이 개최 주택청약종합저축 금리비교 된 도시로도 유명하다. 유럽 전역에서 등반가와 스키어, 트레일 러너들이 모여드는 성지같은 곳이다.
‘울트라 트레일 뒤 몽블랑(UTMB)’
몽블랑을 한 바퀴 도는 길이란 뜻을 우리캐피탈 가진 ‘투르 뒤 몽블랑’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등 3개 나라 국경을 잇는 170km 트레킹 코스로 수많은 트레일 러너들이 매년 이 곳을 찾는다. 특히 이 코스에서는 ‘울트라 트레일 뒤 몽블랑(UTMB)’이란 세계 최대규모의 울트라마라톤이 열린다.
거친 내리막길에서 만난 청약저축통장 두 사내 그리고 안시와 샤모니 사이의 거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던 두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은 장뤽 디아르(Jean-Luc Diard)와 니콜라 메르무드(Nicolas Mermoud). 열정적인 트레일 러너였던 두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일한 동료였다.
1960년생인 디아르는 안시에 본사를 둔 살로몬에서 디자인센터장, 북미지사장, 브랜드 마케팅 디렉터 등을 지냈다. 1966년생인 메르무드는 알프스 트레일 러닝 무대에서도 이름난 선수 출신으로 살로몬 제품을 실 현대카드개인사업자 제 착용해 이를 발전시키고 마케팅 업무에도 역할을 했다. 2009년 6월, 울트라 트레일 뒤 몽블랑 대회에 나선 니콜라는 42km 코스에서 4시간 10분 52초만에 완주하며 1415명의 참가자 중 5등의 성적을 거뒀다.
발명의 어머니가 된 필요 이 곳에서 조우한 둘은 코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고통스러운게 당연한 오르막길이 아니라 수월해야할 내리막길이 더 힘들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같이 논의해본 결과 무릎과 발목에 더 큰 힘과 무리가 가해지는 내리막길에서 충격을 분산시키지 못한 것이 원인임을 파악했다. 산을 오르는 동안 가뿐하던 숨이 내려가는 순간 고통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둘은 아이디어를 모았다.
2009년 초창기 호카가 만든 프로토타입 운동화
“내리막에서 날아다니듯 달릴 수있는 신발을 만들자”
이 아이디어는 당시 러닝화 트렌드와 정반대였다. 2000년대 말은 미니멀리즘 러닝화가 대세였다. 발바닥과 땅 사이의 간격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보행을 강조한다는 철학이었다. 마치 신지 않은 듯한 맨발같은 신발이 혁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디아르와 메르무드는 반대로 중창을 크게 부풀린 두꺼운 신발을 만들었다. 쿠션은 극대화하되, 무게는 최소화하는 역발상이었다. 디자인이 이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오롯이 트레일 러닝에서 내리막길에 특화된 신발이었다. 사람들은 이 신발을 ‘맥시멀리스트 ’ 스타일이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커다란 중창이 특징인 호카 운동화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운동화의 탄생 이들이 처음 세상에 내놓은 모델명은 마파테. 인도양 프랑스령 섬에 있는 ‘시르크 드 마파테’라는 원형 협곡의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차량 진입조차 불가능해 오직 도보와 헬리콥터로만 접근할 수 있는 이 험준한 지형은 트레일 러너들에게 전설적인 성지로 통한다. 창업자들은 이러한 상징성을 신발에 담아냈다. 곧, “어떤 험난한 트레일에서도 견딜 수 있는 러닝화”라는 메시지를 첫 제품부터 선명하게 새긴 것이다.
‘시르크 드 마파테’
이들은 자신의 제품에 트레일 러닝과 관련있는 자연 지형과 지명 등을 활용하는데 첫 제품부터 그러한 취지를 반영했다. 호카의 대표적인 러닝화 클리프톤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클리프톤에서 따왔다. 로드 러닝화의 상징으로 일상과 달리기 사이를 잇는다는 의미다. 본디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주의 본다이 비치에서 따온 이름으로 부드러운 쿠션과 도심, 일상속 러닝을 상징한다.
호카 오네오네 로고
그들의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처음 지은 회사이름인 ‘HOKA ONE ONE’. 호카 오네오네다. 이는 뉴질랜드 마오리어로 ‘지구 위를 날다’라는 뜻이다. 러너가 더 부드럽고 가볍게 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러닝화의 혁신과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이를 채택했다.
조롱을 비웃은 실력, 신기록 달성의 혁신 호카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주류 러닝화 시장은 시큰둥했다. 광대가 신을법한 우스꽝스럽고 어울리지 않게 큰 신발은 멋있지 않았다. 미니멀리즘에 반하는 두꺼운 신발은 낯설고 투박해 보였다. 그러나 직접 신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특히 이 신발을 만든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트레일 러닝 시장에선 즉시 반응이 왔다. 장거리 내리막에서 발이 편안해지고, 체력 소모가 확연히 줄어드는 경험이 입소문을 탔다.
칼 멜처를 모델로 한 호카 광고
2010년대 초, 미국의 대표적인 100마일 트레일 대회 ‘Western States Endurance Run’에서 호카를 신은 선수들이 연이어 신기록을 세우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호카는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장거리 완주를 위한 혁신적 무기로 자리 잡았다. 이후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보스턴·뉴욕 마라톤 러너들까지 호카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레일 러닝 선수 칼 멜처와의 협업은 호카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올린 마케팅이었다. 속도의 신, ‘SpeedGoat’라는 별명을 가진 멜처는 초기부터 호카의 앰베서더로 활동하며 호카의 기술 발전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이에 호카는 2015년 아예 스피드고트라는 신발을 출시해 협력을 강화했다.
호카 스피드고트4
그리고 멜처는 2016년 애팔래치아 트레일 대회에서 최단 시간에 완주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이에 부응했다. 당연하게도 멜처는 신기록을 세우는 당시 호카의 트레일 러닝화를 착용했다. 해당 코스는 3524km를 완주하는 코스로 멜처는 45일 22시간 38분만에 완주했다. 멜처와의 협업 성공은 호카의 성능을 전세계에 입증했고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창업 4년만에 회사를 내다 판 결단 창업 직후부터 울트라마라톤 러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호카는 곧 중대한 결정을 한다. 창업 4년만인 2013년, 미국의 데커스 브랜드에 회사를 매각한 것이다. 데커스는 UGG, Teva와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신발 전문 브랜드 그룹으로 신발전문 제조사 중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시가총액 전세계 3위의 신발전문 제조사다. 호카는 전체 지분 100%를 데커스에 넘기며 프랑스 안시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본사를 옮긴다. 프랑스서 막 탄생한 신발회사가 글로벌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갖춘 미국 자본에 의해 본격적인 확장에 나선 것이다.
데커스 브랜드 소속 브랜드
창업자 장 뤽 디아르와 니콜라 메르무드는 매각 이후에도 제품 디자인과 기술·브랜드 전략에 관여했고,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때까지 경영에 참여했다. 2015년 9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1년 1조1700억원까지 성장하며 호카의 미국진출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격적 확장기, 투트랙 전략을 펼치다 미국회사가 된 후 호카는 선수 후원과 패션 확산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울트라마라톤의 짐 윌슬리, 올림픽 마라토너 스콧 포블과 같은 엘리트 러너를 후원하며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2018년 마라토너 캠 레빈스는 마라톤 데뷔 무대에서 캐나다 국내 기록을 깼다. 스콧 포블은 2019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 9분 9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른 마라토너 짐 위슬리는 2019년 50마일(80km) 세계 신기록 4시간 50분 8초를 세웠다. 모두 호카의 신발을 신고 달성했다.
하늘을 나는 호카 광고
동시에 어글리 슈즈를 유행의 전면에 내세우는 역발상으로 패션 시장을 공략했다. 운좋게 명품업계와 패션업계에서도 어글리 슈즈가 유행을 타며 호카는 못생긴 신발에서 매력적인 신발로 MZ사이에 인기를 모았다. 성장은 숫자로 증명됐다. 2025년 회계연도, 호카의 매출은 22억 달러(약 3조 원)를 넘어섰다. Deckers 전체 매출의 거의 절반을 책임지는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2009년 알프스의 산골에서 태어난 작은 아이디어가, 불과 15년 만에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러닝열풍을 타고 성장거듭한 호카 한국에서도 호카의 인기는 러닝붐을 타고 빠르게 커졌다. 처음엔 울트라 마라톤과 같은 극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서 입소문을 탄 호카가 러닝붐을 타고 점차 인지도를 쌓아간 것이다. 이후 MZ 세대의 패션 아이템이자 그 어떤 신발보다 편안하고 훌륭한 러닝화로 이름값을 높이며 이제 러닝업계의 주류 신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 러닝붐이 일어난 것은 호카에게도 큰 호재였다. 달리기가 더 이상 전문 선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즐기는 생활 스포츠가 된 흐름 속에서 호카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호카도 순탄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호카는 기존 브랜드에서 오네오네를 삭제했다. 그리고 올해 Deckers가 브랜드명 기원에 담긴 마오리어 의미를 공식 스토리에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뉴질랜드에서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상업적으로만 마오리족의 고유 문화를 활용하면서 그 기원조차 숨기려했다는 비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호카의 과제는 명확하다. 브랜드가 가진 혁신적 러닝화 기술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변화하는 젊은 소비층과 글로벌 스포츠·패션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할 것이다. 온러닝 등 경쟁 브랜드의 성장으로 시장 내 차별화와 고객 충성도 유지를 위한 디자인·기능 혁신, 희소성과 가격정책의 균형, 공급망 확장 및 유통 전략 개선이 필요하다.
알프스 산길서 증명된 혁신의 힘 이러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호카의 이야기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진리가 현대 알프스의 산길에서 다시 한번 증명된 사례다. 한 러너의 내리막길에서의 불편함이 더 안전하고 편안한 러닝화를 만들고자 하는 혁신의 계기가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두 창업자는 고정관념을 깨는 트렌드와는 정반대의 맥시멀 쿠셔닝이라는 작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새로운 신발을 개발했다. 이 신발은 빠르게 글로벌 무대에서 러너들의 삶을 바꾸는 혁신의 상징이 되었으며, 작은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도전이 전 세계 러닝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교훈적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호카 현재 로고
[흥부전]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오리저널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