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힘이 강하다면 여우는 그 위세를 빌려 ‘넘버2’를 노린다. 호랑이 위세가 꺾이면 여우가 직접 왕 노릇을 하려고 한다.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요즘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기차(EV) 왕좌의 게임’에서 혁신을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시즌1 왕좌’를 차지했던 테슬라의 위상과 판매가 모두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중국차 브랜드들이 저가를 앞세운 ‘전기차판 인해전술’로 왕좌를 노리고 있다. 중국차 브랜드들의 중점 공략 대상은 테슬인터넷황금성 라 위상이 급락한 유럽이다.
IAA 모빌리티쇼에 참가한 중국 자동차 브랜드 샤오펑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뮌헨]]
유럽의 자동차 메카이자 전기차 심장부인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 주식추천주 최대 규모 모빌리티 전시회에서도 호랑이가 되려는 여우가 ‘동분서주’ 했다.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쇼의 호스트는 독일차 브랜드이지만 중국차 브랜드들이 주인 행세를 해서다. 무기는 역시 ‘인해전술’이다. IAA를 안방으로 여기며 ‘시즌2 왕좌’가 눈앞에 있다고 자신했던 중국차 브랜드들이 긴장하기 시작했황금성오락실게임 다. 지난 2021년 이후 IAA 모빌리티쇼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한국차 브랜드가 본격 진출해서다. 독일차 브랜드와 함께 모빌리티쇼를 주도했던 중국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입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가 내놓은 전기차는 유럽에서 진행된 비교 평가와 충돌 테스트에서 품질과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았기에 중국차 알라딘게임예시 브랜드들의 긴장감은 더 커졌다. 게다가 유럽 소비자들의 선호하고 가성비(가격대비성능)까지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형차를 선보였다. ‘중국차 좋은 시절’에 위기가 닥쳤다.
테슬라 위상이 유럽에서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에서 인기높은 테슬라 모델Y [사진출처=테슬라]
유럽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중국차 브랜드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중국 시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위축되기 시작한 미국 시장과 달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기차 전환이 진행되는 곳이다.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들이 생존을 위해 적극 공략하는 곳도 유럽 시장이다. 12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유럽 시장(EU+EFTA+UK) 전기차 판매대수는 137만6720대로 전년동기의 109만3406대 대비 25.9% 증가했다. 전기차 대세를 이끌던 테슬라는 유럽에서 위상이 약해졌다. 대신 중국차는 판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통계를 보면 테슬라는 올들어 7개월 연속 판매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테슬라 신규 등록대수는 8837대로 전년동월보다 40% 감소했다. 전체 전기차 판매는 증가한 가운데 테슬라만 역성장한 셈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 대표주자인 BYD는 전년동월보다 225% 증가한 1만3503대를 판매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는 아토3 [사진출처=BYD]
유럽에서 중국차가 선전하는 이유는 가격과 물량에 있다. 합리적 구매 성향을 가진 유럽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세계 양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경쟁심화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중국차 브랜드들이 유럽을 위기탈출 무대로 활용하면서 물량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기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대체해 지난 2021년부터 2년마다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쇼를 영향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2년 전에는 독일이 아니라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라고 착각할 정도로 중국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5’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인해전술은 거셌다. IAA 집행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IAA에는 완성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만 10여곳의 중국 기업들이 참여했다. IAA에 참가한 전체 중국 기업의 수는 116곳으로 2년 전보다 40% 늘어났다. 뮌헨 메세에서 IAA 프레스데이에서 컨퍼런스를 진행한 18곳 중 9곳이 중국 브랜드였다. BYD, 샤오펑(XPENG), 창안(CHANGAN), 립모터(LEAPMOTOR) 등 주요 브랜드가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뮌헨 루트비히 거리에서 열리는 IAA 오픈 스페이스(IAA Open Space)에도 대규모 부스를 마련했다. 호스트인 폭스바겐, BMW, 벤츠도 목 좋은 곳을 차지했지만 중국 브랜드들이 주변을 포위했다.
차부심 강한 독일도 ‘한국차’ 인정
독일 매체들도 인정한 아이오닉6 N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시즌2 왕좌’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며 ‘좋은 시절’을 만끽하고 있던 중국차는 복병을 만났다. 현대차·기아다.
중국차 브랜드들은 현대차·기아를 견제한다. 이유가 있다. 현대차·기아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 브랜드보다 훨씬 앞선 브랜드 인지도, 차부심(자동차+자부심) 강한 독일인들도 인정한 품질과 안정성으로 경쟁력과 영향력을 키웠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도 유럽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적극 참고하는 유력 자동차매체의 평가와 충돌 테스트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독일 3대 자동차 전문지로 유럽 소비자들에게도 영향력이 큰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과 ‘아우토 빌트(Auto Bild)’는 퍼포먼스 전기세단인 현대차 아이오닉6 N을 호평했다. 아우토 빌트는 “전기차에서 스포티한 감성을 추구한다면 아이오닉6 N이 정답”이라면서 “무엇보다 섀시, 가상 주행 사운드 기능, 가상 변속 제어 기능 등이 상당히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독일에서 혁신성과 실용성을 높이 평가받은 EV9 [사진출처=기아]
대형 전기 SUV인 기아 EV9도 독일차보다 성능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잇달아 받았다.
아우토 빌트가 최근 진행한 EV9(GT라인)과 스웨덴 출신 볼보의 EX90(트윈모터 AWD) 간 1대1 비교 평가에서 EV9이 승리했다. 아우토 빌트는 EV9에 대해 “혁신적이면서 실용적인 전동화 3열 SUV”로 정의했다. 아우토 자이퉁이 진행한 럭셔리 브랜드 전동화 대형 SUV 3개 차종 비교 평가에서도 EV9 GT 라인은 독일 벤츠 EQS 450, 독일 아우디 Q8 e트론에 승리했다. 아우토 자이퉁은 1위에 선정된 EV9에 대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와의 첫 비교 테스트에서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특히 가격 경쟁력과 우수한 성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극찬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유로 NCAP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별 다섯 개(★★★★★)’도 획득했다.
현대차·기아, 사상 최초 20만대 돌파 유력
현대차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린 인스터 [사진출처=현대차]
품질·안전 경쟁력은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 1~7월 유럽에서 전기차를 10만6000여대 판매했다. 역대 최단기간 판매대수 10만대를 돌파했다.
기존에 연간 최다 판매를 달성했던 2023년과 비교하면 2개월 가량 빠른 기록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집계한 올해 7월까지 현대차·기아 유럽 전체 판매량은 63만1027대로 전년 동기의 65만8162대보다 4.1% 감소했지만 전기차는 선전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유럽 시장의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보다 25.9% 증가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그보다 훨씬 높은 46%에 달했다. 현대차·기아는 유럽 전기차 시장 진출 이후 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대수 20만대 판매 돌파를 노린다.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현대차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와 기아 EV3·EV4 등 전기차 모델의 신차 효과가 본격화되면 20만대 돌파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소형차와 해치백 선호도가 높은데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기아의 소형 전기차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인스터는 올해 7월까지 1만5161대가 팔렸다. 1만6378대가 판매된 코나 일렉트릭 다음으로 많이 판매됐다.
기아 전기차 위상을 높여준 EV3 [사진출처=기아]
기아는 EV3를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대수를 끌어올렸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유럽 판매량은 3만9334대다. 유럽에서 판매된 기아 전기차 판매대수 10대 중 6대 이상이 EV3 몫이었다.
EV3가 출시 4년차에 접어든 EV3와 모델 노후화를 겪고 있는 니로 EV를 대체한 것은 물론 성장세까지 이끌면서 기아의 유럽 시장 전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51% 증가했다. 기아는 EV3가 일으킨 판매증가세를 가속화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준중형 전기차 EV4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럽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5도어 해치백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EV4는 기아의 첫 유럽 생산 순수 전기차로 지난달부터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현지생산을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관세도 현대차·기아에는 우군이고, 중국차에는 적군이다. 한국차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럽 국가에서는 무관세다. 반면 중국 전기차는 10~30%대 관세를 부과받는다.
한국차 안보여 좋았는데, 중국차 긴장
현대차 ‘콘셉트 쓰리’ [사진출처=현대차
중국차 브랜드들은 현대차·기아가 4년 만에 IAA 모빌리티쇼에 참가하고 유럽 소비자 맞춤형 신차를 공개하자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기아는 ‘기업간 비즈니스 창구’ 역할을 하는 뮌헨 메세 전시장 대신 뮌헨 루트비히 거리에서 열리는 IAA 오픈 스페이스에 전시관을 조성했다.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면서 현대차·기아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대권역장 겸 유럽권역본부장은 이에 대해 “(뮌헨 메세에서 열리는) 행사는 B2B에 초점을 맞춘 반면 오픈 스페이스 전시장은 일반 소비자와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차량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중요하게 생각해 업계보다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고객 중심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콘셉트 쓰리’ 내부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는 지난 9일 IAA 오픈 스페이스 부스에서 ‘콘셉트 쓰리’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콘셉트 쓰리는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 EV(전기차) 콘셉트카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아이오닉9의 동생이다. 콘셉트 쓰리가 양산되면 현대차는 소형, 준중형, 준형, 대형으로 이어지는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유럽에서 베스트셀링 전기차로 자리잡은 기아 EV3와 동급인 크로스오버(CUV) 형태의 전기차다. 엔트리 모델인 인스터와 중형 SUV 전기차인 아이오닉5 사이에 있다. 현대차는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해치백 스타일이어서 전기차 판매를 견인할 핵심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르티넷 본부장은 “유럽에서는 B·C(소형·준중형급) 세그먼트가 핵심 모델”이라며 “콘셉트 쓰리는 향후 B세그먼트의 중심이 될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6종의 순수 전기차를 통해 A(경형)부터 E(준대형)까지 모든 세그먼트를 갖춘 거의 유일한 브랜드가 됐다”며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을 강하게 알리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IAA 오픈 스페이스에 출품된 기아 콘셉트 EV2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뮌헨]
기아도 IAA 오픈 스페이스 부스에서 콘셉트 EV2를 포함해 EV3, EV4, EV5, PV5 패신저등 총 7개의 차종을 전시했다.
콘셉트 EV2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기아의 소형 SUV EV2의 콘셉트카다. 내년에 양산형 모델이 유럽에 출시될 예정이다. 콘셉트 쓰리와 콘셉트 EV2는 기존에는 독일차와 중국차에 쏠렸던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럽인은 물론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람객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목에 출입 비표를 건 중국차 업계 관계들이나 기자들이 삼삼오오 현대차·기아 부스를 찾아 콘셉트 쓰리와 콘셉트 EV2를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세 부가 등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유럽은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들의 격전을 벌이는 전쟁터가 됐다”면서 “중국 전기차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유럽에서 인기를 끌자 글로벌 브랜드들은 보급형 전기차를 잇달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기아는 높아진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첨단 편의성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갓성비 전기차’로 유럽에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면서 “콘셉트 쓰리와 콘셉트 EV2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차 브랜드에 타격을 주면서 현대차·기아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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