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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차선을 일찍 않았어?박종기(왼쪽) 시그너스커피 대표와 아내 이주현 부대표가 기부 푸드트럭 1호 앞에서 손을 모아 하트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일하는 이유에 대해 “부모나 화려한 배경이 없어도, 다문화 가정 출신이어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내 가게도 힘들지만, 누군가는 더 힘들잖아요.”(장흥식품 김권천 대표) 매출은 줄고 임차료와 대출 이자는 무섭게 오른다. 손익계산서에는 매달 적자가 찍히고, 하루하루 가게 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자 폐업률은 9.04%. 사업자 10명 중 1명이 문을 닫은 셈이다. 버티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어최신게임 려운 상황에서도 이웃을 위해 매달 기부를 하는 가게들이 있다. 바로 ‘착한가게’ 간판을 단 소상공인들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이 착한가게 캠페인은 월 3만원 또는 수익의 일정액을 떼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부금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된다. 지난달 5만 번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5만호 주인공은 광주 양동시장에 있는 ‘1969 양동통닭물관련주 ’. 2005년 착한가게 캠페인이 시작된 지 20년 만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숱한 위기를 거치면서도 착한가게는 꾸준히 늘어났다. 직접 만나본 착한가게 사장들은 평범하면서도 특별했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눔만은 놓지 않았다. 지역도, 세대도, 업종도 다르지만 입을 모았다. “조금씩 꾸준히 기부하세요. 해보면, 결국 내가 더 행복해집주식폐인 니다.”
그래픽=송윤혜
◇나누면 사업이 더 잘되더라 커피 푸드트럭으로 전국을 누비는 박종기(42) 시그너스커피 대표는 매달 12만4000원을 기부한다. 커피 한 잔 값 4000원을 매일 기부한다는 주식SMS 의미다. 박 대표는 최근 푸드트럭 동료들을 모아 전국 최초로 ‘기부 푸드트럭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 푸드트럭 8대가 가입했다. 와플·닭강정·스테이크·야키소바 등 메뉴는 제각각이지만 ‘수익의 일부를 나누자’는 뜻은 같다. 박 대표의 기부는 ‘집안 내력’에서 비롯됐다. 여덟 살 때 부모를 여의고 절에서 자란 그는 세종 영평사 환성스님을 져스트릴게임 아버지라 불렀다. “아버지가 집(절)이 어려운데도 남을 돕는 모습을 보고 컸어요. 어릴 땐 이해가 안 됐죠. 아버지가 너무 고생하시니까. 하지만 이제는 알겠어요.” 환성스님은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이다. 박 대표는 ‘남을 돕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 배웠다고 했다. “아버지는 ‘사업가는 크든 작든 사회에 반드시 환원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아들로서 품위 있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벌이가 일정치 않은데도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는 것이 부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돈 버는 놈은 번다”며 “제 경우엔 기부를 해야 하니까 저 자신을 더 채찍질하게 되더라”고 했다. “기부를 하면 나 스스로 당당해진다”고도 했다. “당당해야 사업도 잘됩니다. 쭈그리고 있으면 누가 일을 주나요? 기부자는 기부자답게 행동하게 됩니다. 단정해지고 준법정신도 높아지죠. 크든 작든 ‘나는 기부하는 사람’이란 자부심이 생깁니다. 손님들도 기부 트럭이라고 하면 커피 한 잔 살 걸 두 잔 삽니다. 하하.” 핫도그 등 간식을 파는 기부 푸드트럭 2호는 박 대표의 아내 이주현(42)씨가 운영한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하는 기부는 오히려 더 큰 마음의 풍요를 주더라”고 했다. 와플을 파는 3호 푸드트럭 박귀환(52)씨는 매달 3만원씩을 기부한다. “제게 3만원은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 돈이에요. 자동이체 걸고 잊어버리면 됩니다. 기부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박 대표의 꿈은 기부 푸드트럭 페스티벌을 여는 것이라고. “기부 푸드트럭을 더 늘려서 하루 날 잡고 다 같이 축제를 열고 싶어요. 그날 번 것은 모두 기부하는 거죠.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손님 덕에 장사, 나눌 줄 알아야 가장 오래 기부를 이어가고 있는 착한가게는 제주의 바위수산이다. 2008년 착한가게에 가입한 김명희(55) 바위수산 대표는 17년 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기부를 이어왔다. 2011년에는 착한가게 사장들의 봉사 모임인 ‘나눔봉사단’ 활동도 시작했다. 김 대표는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절, 뭐라도 붙잡고 싶어 착한가게에 동참하게 됐다”며 “오히려 내가 위로를 얻고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제주 바위수산 김명희 대표. /김 대표 제공
그의 나눔 철학은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6·25와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했다. “혼자선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여자라도 전쟁이 나면 총 들고 나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 혼자만을 위해 살지 말고, 항상 주변을 살펴라.” 김 대표는 29년 전 가게를 열 때 ‘번 돈의 5%라도 항상 손님에게 돌려주자’는 원칙을 세웠다.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이 있기에 가게를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은 경기가 너무 나빠 기부액을 조금 줄였다. 왜 끊지는 않느냐고 묻자 “내 지출의 1순위는 기부”라며 “(기부는) 나만의 사회적 책임이자 약속”이라고 했다. “언제 인생을 마감할지 모르잖아요. 큰돈 벌고 멋지게 기부하면 좋겠지만, 뜻대로 되나요? 그래서 살면서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누려고요.” 춘천 통나무집닭갈비는 2010년 착한가게에 가입했다. 김형우(70) 회장은 그로부터 5년 뒤, 그의 아들 김성철(43)·성인(42) 형제는 지난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김 회장은 “돈을 버는 것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덕분”이라며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춘천 통나무집닭갈비 김형우(가운데) 회장과 그의 아들 성철(왼쪽)·성인 형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 회장은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밥을 먹은 끼니보다 굶은 끼니가 더 많았을 정도였다. 군 제대 후 분식집·한식집·횟집 등을 거쳐 1993년 통나무집닭갈비를 개업했다. 처음엔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을 돌보는 것으로 나눔을 시작해 점차 봉사와 기부로 늘려나갔다. 그의 아들들은 홀 서빙부터 시작해 사업을 익혔고, ‘손님 덕에 장사하는 만큼 나눌 줄 알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철학도 함께 배웠다. 김 회장은 “기부나 봉사에 한번 맛을 들이면 점점 더 하게 된다”며 “남을 도울 때 느끼는 뿌듯함을 더 많은 사람이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부의 이유는 결국 행복 토하젓 등 젓갈류를 제조·판매하는 전남 장흥식품은 2015년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했다. 김권천(53) 대표는 “세 아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함께 사는 삶을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입했다”고 했다. 몸소 보인 교육은 금세 효과를 발휘했다. 아이들은 주말마다 가게 일을 도우며 받은 용돈을 적십자·굿네이버스 등에 기부했다.
전남 장흥식품의 김권천(앞줄 왼쪽) 대표와 그의 가족. /김 대표 제공
코로나 팬데믹 당시 소상공인 정책 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지만, 김 대표는 기부를 멈추지 않았다. “첫째는 아이들과 한 약속 때문이에요. 제가 포기하면 아이들이 나중에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둘째는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기부란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친께서 가게를 하실 때 동냥하러 오는 분들에게 항상 식사를 대접하셨어요.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하셨죠. 저도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기부를 하면 나눈 만큼 제게 돌아옵니다. 남을 도우면 제 마음이 치유돼요. 성인이 된 아들들도 ‘나눔의 대(代)를 잇겠다’고 합니다, 하하.” 충북 청주에서 컴퓨터 판매·수리점인 바른컴퓨터를 운영하는 김성열(55) 대표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버는 것의 30%를 기부한다. “교회 다니는 분들은 수입의 10%를 하나님께 드린다잖아요. 사람에게 주는 건데 30%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어요.” 김 대표는 ‘우리’를 강조했다. “내 이웃이 잘살아야 나도 먹고삽니다. 그들이 못살면 나도 못 벌죠. ‘우리’ 덕분에 사는 거니까 나누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2017년 수해로 매장이 물에 잠겼을 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적자가 이어질 때도 그는 장애인 학생들에게 주던 장학금만큼은 줄이지 않았다. “제가 두 달 동안 월급을 못 가져가도 그 돈은 건드리지 않았어요. 아이들을 돕는 건 약속이니까요.”
청주 바른컴퓨터 김성열 대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어린 시절, 그는 늘 가난과 함께였다. “고등학교만 보내주면 학비는 스스로 벌겠다”며 집을 나와 신문을 돌렸고, 시장에서 버려진 채소를 주워 먹으며 끼니를 이었다. 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버틴 기억은, 그의 나눔 철학의 뿌리가 됐다. 장애가 있는 큰아들 역시 그의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예쁘고 잘난 것만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세상엔 덜 예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것이 많아요. 제 아들이 장애가 있다 보니 더 느껴요. 누군가는 그런 존재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은 결국 행복하려고 사는 거잖아요.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 그게 저한텐 제일 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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