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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엿새째인 2025년 11월11일 오후 보일러타워 5호기 부근에서 야간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1월13일 현재 붕괴 사고로 7명이 매몰됐고 그중 6명이 사망했다. 아직 1명은 찾지 못했다.연합뉴스


도처에 죽음이 있다. 세월호에서 이태원까지 참사가 있고, 구의역에서 여러 공사 현장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이 죽음들은 처음으로 공적 문제로 여겨졌다. 2025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당일에 추모의 사이렌이 울렸다. 산업재해 역시 10원야마토게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야겠다며 정부가 의지를 밝혔다. 죽음을 막겠다는 공적 의지의 발현이다.
쿠팡 새벽배송 논의가 갖는 의미
지금 공론장을 뜨겁게 달구는 쿠팡의 새벽배송 역시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제기됐다. 이 논의가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 죽음이 드디어 공적 논의의 중 백경게임랜드 심 대상이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죽음의 사회성을 철저히 외면했다. 죽음을 공적인 것으로 인식하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전적으로 사적인 것으로 돌리고, 가족이 비용을 치르고 감당하게 해왔다.
그 죽음 중에서도 가장 사적인 것으로 치부된 죽음이 있다. 자살이다. 한국은 전세계 자살률 1위의 국가 바다이야기2 다. 2024년 통계로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지난 10년간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에서 세 배 정도 높은 압도적인 수치다. 특히 20대 청년층 사망 원인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가 자살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 죽음을 막기 위한 공적 의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숫자가 발표될 때만 심각성이 한 번 야마토통기계 씩 보도될 뿐 곧 잊힌다. 막을 수 있는 죽음인지, 막기 위해서는 어디가 비었고 왜 비었는지, 빈 영역을 없애려면 어떤 장치가 어디에 배치돼야 하는지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모든 짐을 당사자와 가족, 주변 사람들이 떠맡은 채 다가오는 죽음을 조금이라도 미루려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
혜원(가명)은 아침에 일어나 아들 방문을 노크할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때마다 심호흡을 한다. 잠시 멈추고 떨리는 마음으로 노크하고 응답이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 짧은 몇 초가 그렇게 길 수 없다. 혹시라도 대답이 없을까봐. 심장이 쿵쿵 뛰지만 멎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 ‘긴’ 시간이 지나고 방에서 기척이 들리면 “잘 잤니?” 하며 문을 연다. 잠에서 깨어나 자신을 맞는 아들을 볼 때 몰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아침마다 혜원의 마음이 살 떨리는 것은 혹시 아들이 생을 놓았을까봐 걱정돼서다. 아들은 성소수자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이 같은 성을 좋아한다는 것에 힘들어했다. 부모에게도 그 사실을 일찍 이야기했다. 어찌 당황스럽지 않았겠는가. 다행히 집안 식구 모두가 문제없이 받아들였다. 집안 어르신들을 비롯해 다들 “괜찮다”고 말하며 모두가 걱정한 것은 아들의 ‘안전’과 평화였다. 그러나 아들은 괜찮지 않았다. 학교에 다니며,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러저러하게 접하는 이야기가 괜찮지 않았다. 병원에 다니며 처방받고 상담도 하고 가족이 잘 돌봤지만 그래도 아들의 우울증은 깊어졌다.
그럴수록 오늘 최선을 다해 아들과 눈을 맞추자고 다짐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식구들 모두 그랬다. 모두가 오늘에 정성을 다해 서로를 맞이했다. 다행히 아들은 잘 버텨줬다. 아침마다 방문을 노크하는 것은 여전히 심장이 멎는 일이지만, 아들은 웃으며 아침을 맞이했고 자기 방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가족과 지인이 아들에게 마을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족이 버티고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과가 슬픈 이야기도 있다. 수현(가명)은 얼마 전 참척의 고통을 겪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같이 살던 딸이 세상의 끈을 놓은 것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던 딸이었다. 최근에 우울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수현이 몰랐을 리 없다. 언제나 딸과 대화하고 함께 여행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관계였지만 그 심연을 알 수가 없는 것, 그것이 우울이었다.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은 수현에겐 일상이었다.
장례를 치르며 수현을 만났을 때 수현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참척의 고통 앞에 무슨 위로가 가능하겠는가. 가족과 지인들 모두 무너졌다. 정신이 조금 들면 수현은 자책했다. 일을 나간 것, 돈을 벌어야 했던 것, 무엇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졌던 것을 자책했다. 딸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이 무슨 소용이었냐며 울부짖었다. 지인들 모두 수현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수현의 언니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너 때문에 지금까지라도 산 거다. 너도 알잖아.” 차마 아무도 하지 못하던 말을 언니가 했다.그 말 앞에서 수현은 다시 무너졌다. 사실 수현도 언젠가는 이런 상황을 마주칠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정하고 싶었고, 미루고 싶었고, 이 ‘운명’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수현은 온 힘을 다해 맞섰다. 지인들 모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수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당신은 정말 온몸을 던져 훌륭히 맞섰다고 말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자세히 한 것은 이십 대 청년을 대하고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며 마음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학년을 가리지 않고 학생 상담을 하면 10명 가운데 적어도 3명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음을 대면한다.
부모에게 학대받아 불안장애가 만성화된 학생부터 극심한 경쟁에서 열등감을 견디지 못해 우울증이 심화된 학생까지 이야기를 나누면 한국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치부가 드러난다. 저 고통을 과연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가 많다. 적극적으로 학생상담센터와 연결하고 필요할 경우 센터에서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결하지만 마음은 늘 조마조마하다. 대학의 정신건강 ‘인프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너무 부실하기 때문이다.
자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원인을 잘 검토해야 한다. 특히 빈곤, 실업, 학업, 혐오, 차별 등 우울을 심화해 자살을 유발하는 사회적 원인에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면피’ 시스템



2025년 9월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술대회 ‘자살예방의 새 지도: 희망, 다시 디자인하다’의 참가자가 자신이 바라는 변화를 적고 있다. 한국자살예방실천네트워크 제공


자살과 우울증을 ‘의료화’하기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의료적 대처를 간과하는 것은 더 문제다. 우울증은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전문 치료가 요구된다. 핵심은 접근성이다. 대부분 정신건강 의학상의 문제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으른 것’처럼 보여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 쉬운 무기력과 게으름은 ‘증상’이지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접근성이 더욱 중요하다. 조금만 접근성이 떨어져도 치료가 중단돼버린다.
복약 순응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병원에 다닌다고 답하는 학생들에게 복약 순응도를 물어보면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 자의적으로 좋아졌다고 해서 약을 끊는 것이 아니라, 근처에서 처방받을 수 없어 약이 떨어지면 그만 먹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면 40분 정도 걸리는 경기도 이천에 정신건강의원이 몇 개 있고, 또 본가에 가서 약을 처방받으면 되지 않느냐며 ‘게으르다’고 쉽게 비판한다. 그러나 앞서 쓴 것처럼 무기력과 ‘게으름’은 증상이다. 그 증상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해서 적극적인 대처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기력한 학생들의 접근성을 최대화하는 인프라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대학 상담센터의 전문 상담인력 등 지원 체계는 매우 취약하다. 국립대학 10곳 중 서울대를 포함해 4곳이 교육부의 상담인력 확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나마 채웠더라도 상담원의 대부분이 기간제 계약이라 더 좋은 계약 조건이 나오면 학교를 떠나버리는 등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상담이 이뤄지지 못한다. 더구나 긴급한 상황에서 책임질 수 없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대학의 정신건강센터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근무하는 곳은 서울대 등 극소수다.)
오래전에 시간강사로 일했던 한 대학에서 관련 경험을 뼈저리게 한 적이 있다. 한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써놓은 것을 새벽에 발견했다. 즉시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가 이전에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한 적이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나서, 오전 9시가 되자마자 센터에 전화해 즉각 대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센터의 업무는 ‘상담’이기 때문에 대처할 수 없고, 내가 대처한다면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당시의 센터나 상담원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주어진 권한과 역할에선 최선을 다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기간제인 그들이 책임질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사회학을 공부하며 배운 대로 관료 조직이 거대한 ‘면피’ 시스템이란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시스템은 그냥 두면 면피하는 방향으로 조직화된다는 것이다. 면피가 아니라 책임이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아래’에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책임은 ‘위’에서 지며 아래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아마 ‘인프라’일 것이다.
이제 죽음은 공적 의제가 돼야 한다
이 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대학 혼자 할 수 없다. 국립대학에서도 지원체계가 부실한데 사립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학의 경우는 말할 필요가 없다. 지역 내에서 동원하고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담센터를 대학 특성에 맞게 잘 갖춘다고 하더라도(예를 들어 내가 근무하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창작자이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는 상담을 위해 창작자심리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인프라가 없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면 학교의 노력이 최적의 효과를 보기 힘들다. 바로 이 부분에서 대학과 지역 모두를 아우르는 ‘마음의 인프라’에 대한 국가의 정책이 필요하다.
삶의 전 영역에서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와 그것이 공화국의 중심 주제가 돼야 한다. 공장부터 학교까지 죽음을 막는 장치를 배치하는 비용을 공적으로 치르는 나라가 돼야 한다. 죽음은 사적이지만, 죽음을 막는 일은 공적이어야 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전국 45개 대학은 정신질환이 있는 학생의 경우 기숙사에서 퇴소시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몇몇 대기업도 마음건강센터를 다녀오면 인사팀이 압력을 가한다는 의혹이 있다. 죽음을 막는 게 아니라 몰아가는 것이다. 이제 죽음을 본격적으로 공적 의제로 올려야 한다.
엄기호 사회학자·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겨나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눕니다. 격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