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공개된 <북극성> 3부(총 9부)에서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쫄깃쫄깃하게 만든다. 야당인 새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 장준익(박해준)은 무언가 고민에 쌓여 있다. 그의 아내 서문주(전지현)는 집권당이 임명한 UN대사였다. 현 대통령 채경신(김해숙) 입장 부산파산면책 에서는 경쟁자의 부인을 자기 참모로 둔 셈이 된다. 서문주는 UN대사로 3년여 일하다 남편 곁으로 돌아온다. 장준익은 국내 굴지 해운물류 회사의 장손으로 재벌가 일원이다. 반면에 서문주는 자수성가한 인물이고 일명 싱글맘 손에 큰 흙수저 출신이다. 당연히 장준익 집안의 시할머니(정영숙)나 시어머니(이미숙)와 관계가 좋을 리 없다. 장준익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미사에 서문주와 함께 참석했다가 한 괴한이 쏜 총에 피습되고 사망한다. 암살자는 용병회사 발키리 출신 백산호(강동원)에게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자살 캡슐을 먹는다. 그는 죽기 직전 자신이 간첩을 사살했다고 중얼거린다.
3부는 초반부인 만큼 많은 밑자락을 깔아 놓는다. 장준익은 총을 맞고 서문주 품에서 ‘우리의 복숭아’라고 중얼거린다. 아마도 이후 둘 사이에 벌어지는 비련의 러브스토리에 복숭아 에피소드가 들어갈 것이다. 이 둘은 아이를 잃었던 것 같고 아이의 닉네임이 복숭아일 수도 있어 보인다. 또 하나는 장준익이 성당에 가기 전 서문주에게 걸어준 십자가 목걸이이다. 이 목걸이는 이후 변형 USB처럼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핵심 자료가 될 공산이 크다. 성당 신부(박인환)가 백산호에게 건네줬다가 서문주에게 전해지는 성 안토니오의 성상 목걸이도 상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전투의 수호 성상이다. 백산호가 소속된 회사 발키리라는 이름도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반신반인의 여전사들(전투의 수호신 오딘을 돕는 존재로 ‘살해당할 자를 선택하는 자’라는 뜻)이다. 히틀러 암살 작전명이 ‘발키리’였다. 드라마는 중간중간 핵잠수함의 실루엣을 보여준다. 핵탄두 3천 개를 탑재할 정도의 매머드급 잠수함으로 극 중 미국 국무부는 이를 북한이 개발했다고 흥분한다. 미국의 아놀드 하우저 대통령은 강경 보수주의자로 참모들이 건의한 북한 동시 정밀 타격 작전을 승인할 참이다. 미국 국무부 차관보로 장준익 후보와 조지타운대를 다녔던(미국의 조지타운 대학은 정치학과, 군사학과로 유명하다) 앤더슨 밀러(존 조)는 이 사실을 친구 장준익에게 알리고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FBI의 추적을 받는다. 이제 세력은 둘로 나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자, 그리고 결사코 그 전쟁을 막으려는 자. 3부까지는 전쟁을 막으려는 자들이 수세에 몰리는 이야기이다. 근데 핵잠수함은 진짜 북한 것일까. 그리고 장준익이 정말 간첩이었던 것은 아닐까. 마치 <노 웨이 아웃>의 케빈 코스트너처럼.
단순 도식의 첩보 대결은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는 기름칠이 필요한데 바로 액션이다. 백산호는 서문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화려하고 기민한 몸놀림으로 그녀를 구출한다. 이런 장면들은 거의 ‘제이슨 본’과 ‘존 윅’ 영화들 급이다. 허명행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출 씬들이다. 잘 깎고 다듬어진 액션 장면들이 드라마의 리듬을 착착 만들어 낸다. 무릇 이런 유의 서사에서 주인공인 훈련된 살인 병기는 여자의 순정에 약하다. 백산호는 아마도 탈북자 출신으로 보이고 이라크에서 용병으로 살았지만 살생에 회의를 느껴 빠져나온 사람인데, 북한에 할머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백산호 역시 북한에 정밀 타격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서문주 역시 세계 평화까지는 몰라도 죽은 남편을 위해서,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막겠다며, 투지를 내세운다. 백산호와 서문주의 극 중 행동 동기는 그렇게 점층법적으로 일치해 나간다. 백산호는 폭탄 테러 위기에서 서문주를 구하는데 둘은 압력식 폭탄 의자를 바꿔 앉으며 서로의 몸을 부딪친다. 둘의 신파성 러브스토리가 예견되는 대목이고 그건 넷플릭스 영국 드라마 <보디가드>(2018)를 연상케 한다. 보디가드는 자신의 경호 대상과 사랑에 빠진다. 만약 강동원과 전지현을 러브라인으로 엮어내지 않는다면 대중들, 시청자들로부터 ‘낭비’라는 핀잔을 받을 것이다. 둘 사이는 나머지 6부에서 보다 가까워질 것이다.
1부~3부는 남편이 총격으로 죽고 미망인이 대권 후보에 도전하기 위해 출마를 선언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국내 정치판의 요지경 풍경이 기와 혀를 찰 만큼 생생하게 펼쳐지며 권력과 경제, 권력과 미디어가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상세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시어머니가 재력을 이용해 국정원장(유재명)과 새공화당의 당 대표를 위협하면서까지 킹 메이커로 나선다. 다 꿍꿍이가 있다. 모두가 다 ‘꿍꿍’댄다. 세상은 모두 속고 속이는 게임이다. 다들 북극성이 되기를 원한다. 그 욕망의 노출이 오히려 신선하고 자연스럽다. 1, 2부가 시작될 때 나오는 문학적 내레이션이 돋보인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남자였다. 꿈속에서 나는 여자였다.’ 식이다. 1부에서는 서문주가 자신이 장준익인 양 꿈을 꾼다. 2부에서는 백산호가 자신이 서문주인 양 꿈을 꾼다. 그 서사의 문학성이 좋다. 이 작품을 결코 만만한 작가가 쓴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에피소드마다의 문학적 내레이션을 위해 정서경은 쓰고 또 쓰고를 반복했을 것이다. 거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수준이다. 올 하반기에 또 한편의, 특이하다고 할 만한 OTT 드라마가 나왔다. 잊을 만하면 흥미로운 작품이 나온다. 이제 끝이다, 싶을 때 괜찮은 작품들이 나온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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