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내려왔다. 20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지는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개막을 축하하고, 우리 학교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기술인의 축제를 보니 마음이 대형대부업체 묘했다. 40여 년 전 수많은 젊음이 스러져간 곳에서, 오늘은 다시 젊은 기술인들의 땀과 열정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기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경쟁의 무대에 선 아이들 우리 사회에서 '기술 인재'는 늘 치열한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언론은 소수의 성공 사례를 영 마이너스통장 금리비교 웅으로 부각하고, 대중은 이들 중 누가 '제2의 젠슨 황'이 될지 궁금해한다. 실제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금메달리스트에게는 훈장과 수천만 원의 포상금, 군 특례, 장학금, 자격시험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당연히 많은 청년들이 이 치열한 무대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제2경기장인 광주전자공고에서 경상남도 대표로 참가 생산관리공정 한 김보성(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3학년, 산업용로봇) 선수를 만나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힘들었던 부분과 미래 희망 등을 물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꼭 입상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었다. "올 여름 너무 더웠잖아요. 이번 대회를 위해 참고 견디며 훈련했습니다. 금메달을 따서 2028년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꿈이 있습 거치하다 니다. 기능인재들이 노력한 만큼 기업체의 채용 문이 좀 더 크게 열리면 좋겠어요. 입상도 못하고, 3년간 노력한 제 기술 쪽으로 취업을 못하게 되면 기능 인재로 훈련한 지난 3년이 너무 후회될 것 같아요." 이처럼 화려한 보상 체계는 젊은 세대를 치열한 경쟁의 무대로 이끈다. 하지만 빛나는 영광 뒤편에서, 때로는 그 무대가 기술인의 열정과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기간 노고를 위태롭게 하는 '횃대'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술인의 길이 소수의 영웅 서사에 갇히지 않고,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횃대 위의 새들 33년간 직업계고 교단에 서오며, 나는 기능경기대회를 조금 다른 눈으로 보았다. 개회식이 열린 김대중컨벤션센터로 향하기 전,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소년이 온다> 속 15살 소년 '동호'의 실제 인물, 문재학의 묘비 앞에 섰다. 앳된 영정 사진 속 소년의 눈빛은, 마치 소설 속 한 구절을 직접 전해 주는 듯했다. "아무리 아파도 새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횃대에 앉아 있대. 그러다 횃대에서 떨어지면 이미 늦은 거래."
우리 아이들은 바로 그 횃대 위의 새들 같다. 실패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의 시선 앞에서, 아픔을 숨긴 채 성공이라는 횃대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다. 영화 <다음 소희>에서처럼, 추락은 때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비극으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나는 축제의 현장을,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1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도자기 직종 경기가 진행중이다.
ⓒ 오성훈
광주, 다시 피어나는 꿈
그러나 이번 대회는 달랐다. 민주화의 피와 눈물이 서린 도시 광주에서 열린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새로운 울림을 주었다. 40여 년 전, 자유와 평등을 꿈꾸며 쓰러진 소년·소녀들의 자리에서 오늘의 기술은 또 다른 언어로 그 꿈을 이어가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기억 위에서, 기술은 다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의 언어가 되었다 '그레이트 점프(Great Hump)! 기술에 빛을 더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 된 개회식이 끝나고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 광주광역시 교육청 은태욱 진로진학과 직업교육 장학관을 만나 이번 대회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그는 고용노동부와 광주시 그리고 교육청이 협력하여 선수, 지도교사, 참관하는 시민 모두 기술발전을 즐길 수 있는 축제형으로 기획했다고 했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상 제작, 사진 공모전 등이 마련되어 있고, 광주광역시의 문화, 숙련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즐겁게 참여해서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 전국기능경기대회3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전국기능경기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오성훈
기술, 삶을 가꾸는 씨앗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여러 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한 '기능 강국'이다. 세계가 이미 한국 청년들의 기술력을 인정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력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어디에 쓰고 누구를 위해 펼치느냐이다. 교사 시절 나는 정보기술 직종을 지도하며, 메달만이 목표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입상을 하지 못하면 고교 시절 전체가 패배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활 태도, 공부 습관, 영어 실력까지 함께 강조했다. 기술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바르게 가꾸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랐다. 이 철학으로 연구대회에도 참여했다. '기능 인재 지도 방안'과 '학습된 무기력 극복 방안'을 연구하며, 기술과 인성, 지식의 조화가 진정한 인재를 만든다고 믿었다. 내가 본 기술은 금메달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씨앗이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손길이었다. 승리가 아니라 성장의 무대 이번 대회에는 51개 직종, 1725명의 젊은 기술인들이 참여했다. 현장에 서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경쟁'이 아니라 '공동체'였다. 대회장 한쪽에는 숙련기술 체험부스가 마련됐다. 명장들은 자신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며 환히 웃었고, 로봇 반려견이 아이들과 뛰놀고, 춤추는 로봇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초등학생은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쏟아냈다. 그 순간 기술은 더 이상 기능인의 훈장이 아니었다. 모두가 함께 즐기고 배우는 축제였다. 42세 광주시민 김준씨는 이렇게 말했다. "광주는 민주화의 도시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대회를 보니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살리듯, 이 젊은이들의 열정이 우리의 미래를 살리지 않을까요?" 기능경기대회는 이제 '누가 이기느냐'보다 '어떻게 더 좋은 기술로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장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개인의 천재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의 실패를 나누고 부족함을 채우며 협력 속에서 비로소 빛난다. 이 지점에서 기업의 목소리도 필요하다. 현장은 숙련의 표준화, 학교 교육과의 미스매치, 인력 유지 비용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채용 문을 넓히는 것과 함께, 현장에 필요한 역량을 함께 설계하는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보성 학생의 걱정처럼, 김준 시민의 기대와 달리 기능 교육 생태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기능인재를 지도할 교사도, 그 꿈을 꾸는 학생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기술 강국의 토대가 흔들리는 신호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깊은 성찰을 넘어선 실천이 필요하다. 교육청과 학교는 기능 지도 교사의 보상과 워라밸을 챙겨야 하고, 학생 선수들이 안전하게 훈련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은 전국기능경기대회 선수들의 채용을 늘리고 숙련 수당과 직무등급제로 기술의 가치를 임금에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숙련 기술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안전망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사람을 향하는 기술 광주에서 나는 다시 확인했다. 기능경기대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곧 기술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이 기술로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기술이 사람을 향할 때 빛난다"는 답으로 돌아왔다. 기술인의 도전은 계속된다. 2026년 중국 상하이, 2028년 일본 아이치에서의 국제무대를 향한 이들의 여정은 이어질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은 소수만의 영광이 아니라, 모든 기능인재가 당당히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다.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기술이 부디 '나'의 영광을 넘어 '우리'의 삶을 비추는 따뜻한 빛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기술이 사람을 향할 때 완성되는 진짜 가치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