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이탈리아에서 시민 수만명이 기차역·항구 등을 봉쇄하며 ‘팔레스타인 지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웃나라 프랑스 등과 달리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미온적인 이탈리아 정부를 규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이탈리아 기층노동조합연맹(USB)은 이날 로마·밀라노·토리노·피렌체·나폴리 등 전국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24시간 총파업을 조직했다. 지난 10일 프랑스에서 열린 ‘모든 것을 봉쇄하자’ 집회를 군인의하루 본딴 이날 시위로 도시마다 최대 5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일부 시민들이 기차역·고속도로 등을 점거하려 하면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로마에서는 5만명의 시민이 팔레스타인 국기 등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들은 ‘(가자지구) 대량 학살 반대’, ‘팔레스타인 해방’ 등 글귀가 적인 현수막을 들고 테르미니역과 콜로세움 주변 등을 행진했다. 별내신도시 전세 테르미니역 앞에서는 고등학생 수백명이 모여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등의 구호를 연호하기도 했다. 미켈란젤로(17)는 아에프페 통신에 “말살당하는 한 민족(팔레스타인인)을 지지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카 테키아(18)도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너무나 중대하기에”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북부 밀 국민건강보험 라노에서는 1만5000여명이 가두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밀라노 중앙역 일대 등에서 시민과 경찰들의 투석전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여기도 인티파다(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민중 봉기)다” 등을 외치며 중앙역 안으로 진입했고, 한동안 열차가 정차하지 않았다. 볼로냐에서는 시민들이 고속도로를 기습 점거했다. 제노바와 리보르노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이 항구를 티머니 현금화 봉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탈리아 정부를 향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영국·캐나다·포르투갈 등 다른 서방 국가들도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동참했다. 반면 이 우체국제2금융권 탈리아는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이탈리아·독일·미국·한국·일본 등 5곳 뿐이다. 아에프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초보수성향 정부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가깝고, 가자 전쟁(규탄)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멜로니는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대해 여러번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당분간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7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각 회원국에 제안한 대이스라엘 제재안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 독일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학살에 책임이 있는 이탈리아가 이스라엘 제재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이날 로마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 페데리카 카시노는 “이탈리아는 (이스라엘이 벌이는 폭력에 대해) 말만 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