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후임자를 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배외주의'가 승자를 결정할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장관 등 유력 주자들을 비롯해 후보들이 앞다퉈 외국인 규제 정책을 공약해서다. 지난 7월 참의원(하원) 선거를 계기로 확산한 '외국인 때리기'를 집권당이 부추기는 꼴이 됐다. 21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22일 후보자 추천서 접수와 정견 발표를 시작으로 다음 달 4일 선거일까지 13일간 서초보금자리 진행된다. 고이즈미 장관과 다카이치 전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등 다섯 명이 출사표를 밝혔다. 모두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경쟁한 인사들이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고물가 대책 △당 개혁 방안 △외국인 전세 중계수수료 정책 등이다. 문제는 외국인 규제 정책이 당내 선거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점이다. 다섯 후보 모두 외국인 규제 관련 공약을 제시하며 당 우클릭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와 배외주의를 공개적으로 내건 참정당이 약진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우경화 경향이 드러났는데, 집권당마저 이에 편승한 것이다.
다카아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장관이 지난 19일 도쿄 도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도쿄=UPI 연합뉴스
고이즈미 장관은 지난 20일 입후보 기자회견에서 "일부 지역에선 외국인의 불법 취업, 지역 외제차차량유지비 주민과의 마찰, 치안 악화로 주민들이 불안해한다"며 "이러한 불안에 마주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일본 TBS방송은 "고이즈미 장관은 기자회견장에서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 '배외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외국인 유입 확대와 관련해 현행 제도가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건 주택 양도소득세 계산 당연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이민 증가 문제 등을 거론하며 "외국인 문제를 대응하는 사령탑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외국인 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조직을 신설했는데, 조직 기능을 확대해 외국인 규제 정책을 더 촘촘하게 짜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그 밖에 고바야시 전 장관은 외국인의 주택·토지 취득 규제 강화를, 모테기 전 간사장은 '위법 외국인 제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가정해 관련 제도를 재설계하겠다고 공약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