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가인권부’가 아닌 것은 합의제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독임제와 달리, 여야가 함께 구성한 위원들이 합의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도 같은 성격이다. 인권위, 방통위가 상설기구인 반면, 진실화해위·이태원특조위처럼 법률로 기간을 정한 한시 기구도 있다알라딘게임예시 .
위원회 회의는 공식 기록된다. 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가 열리면, 반드시 지난번 회의 기록에 오류가 없는지 먼저 점검한다. 회의록엔 녹취된 위원들의 모든 말이 기록된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회의록에 담긴다. 2025년 2월10일을 중심으로 인권위 회의록을 본다. 인권위원들을 본다. 출범 24년 만광진실업 주식 에, 최대 위기에 처한 인권위를 본다.
‘ㄷㄷㄷ, 인권위 그날’은 매주 수요일 독자들과 만난다.
제목 : 위원장님 월요일에 그 안건 상정하시면 안 됩니다! 등록자 익명 등록일 2025-01-09 15:55 위원장님 월요일에 그 안건 상정하시면 환률수혜주 안 됩니다! 그 안건 통과되면 인권위가 지금 이 시국에 계엄 옹호, 탄핵 반대, 윤석열 긴급구제 권고하는 상황이 됩니다.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인권위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됩니다. 정치적 야욕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치고 빠지는 전술로 주목받고 싶어하는 그 사람 장단에 놀아나지 마십시오. 신우 주식 정치하려면 여의도로 가야지요. 왜 여기서 정치질 합니까! 국가인권위원회 내부망 자유게시판이 꿈틀거리며 요동쳤다. 인권위 직원들이 로그인해 들어가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첫 글이 올라온 시각은 2025년 1월9일 오후 3시55분. “위원장님 월요일에 그 안건 상정하시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이었다. 월요일은 1월13일을대선테마 말했다. 그날 열리는 2025년 제1차 전원위원회에 상정되는 ‘그 안건’이란 김용원 상임위원과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이 공동발의한 ‘(긴급)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이었다. ‘안건을 대표 발의한 김용원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이어 인권위 직원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자괴감이 바닥을 친다고 했다. 인권위에 비상벨이 울렸다. 그날 오후 언론보도로 안건 내용이 알려졌다. 안건에는 “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라고 했고, “헌법재판소가 비록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결정에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와 체포영장 집행은 명백히 잘못된 처사”라고 적시돼 있었다. 총 17쪽에 걸쳐 윤석열을 옹호하는 안건이 인권위원 이름으로 4일 뒤인 13일 전원위원회에 상정되기로 확정된 것이었다. 직원 2025-01-09 17:09:24 이게 말이나 됩니까!!! 도대체 이런 내용이 어떻게 !!! 인권위가 완전 바닥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익명 2025-01-09 17:13:05 이 보고서 내용과 결재라인도 누군지 밝혀주세요. 이게 국무위원들하고 뭐가 다릅니까? 직원 2025-01-09 17:15:09 우리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보수가 정권을 잡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요. 정말. 피눈물 납니다. 그냥 이름도 바꾸고 인권위는 없어져야...
2025년 1월10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 앞에서 전직 인권위원과 사무총장들이 인권위 직원들과 함께 ‘윤석열 방어권 안건’ 상정에 반대하는 ‘어용 인권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인권위 직원들은 이런 내용의 안건이 어떻게 전원위 의안으로 확정될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당연히 “결재라인이 누군지 밝혀달라”는 글이 자유게시판에 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직전에 국무회의가 어떻게 열렸고, 어떤 국무위원이 여기에 찬성했는지를 밝히라는 요구와 유사했다. 인권위 직원들에게 이 안건의 상정은 계엄군이 인권위 청사 유리창을 부수고 난입하는 광경처럼 비쳤다. 의안 결재는 그에 협조한 행위였다. 다음날인 10일 결재라인을 밝히라는 요구가 본격화됐다. 등록자 익명 등록일 2025-01-10 10:27 이석준 총장님, 서수정 국장님, 그리고 김○○ 과장님. 궁금해서 묻습니다. 어떤 경위로 그 안건이 위원장 결재까지 올라갔는지.(중략) 경과를 보면, 상임위원실에서 1월8일에 ‘<긴급>인권위원 제출 전원위원회 안건 송부’라는 제목으로 문서가 공유되었고(비공개), 1월9일에 조사총괄과에서 기안을 했더군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위원장이 결재. 우선, 어떤 근거로 위원이 제출하는 안건을 사무처에서 결재를 올려야 하나요?(중략) 그리고 상임위원실에서 그렇게 요구했더라도 규정을 들어 거부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기안한 직원이 자발적으로 하거나 김용원씨가 직접 담당 직원에게 지시를 하지 않는 한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규정의 미비를 들어 결재를 거부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과장, 국장, 총장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을 거고, 저는 세 분 중에 한 분이 그 지시를 했을 거라고 봅니다. 어쩌면 세 분이 협의(다른 말로 작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시를 하게 된 배경을 분명히 밝혀주십시오. 한 적이 없으면 한 적이 없다라고.(하략) 직원들은 ‘윤석열 방어권 안건’의 전원위 제출에 대해 안창호 위원장이 최종 결재하기까지 계선에 있었던 김아무개 과장과 서수정 침해조사국장, 이석준 사무총장의 책임에 관해 이야기했다. 9일 오전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안창호 위원장은 전날 김용원 위원이 사무처에 제출한 이 안건의 결재 절차가 어디까지 가 있는지 물었다. 서수정 국장은 본인 결재를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결재 빨리하시고, 그래서 빨리빨리 진행해서 우리 위원님들이 오늘 중으로 오후에는 보실 수 있도록 그렇게 조치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모든 위원에게 안건 내용이 도착했다. 이날 상임위는 오전 10시49분에 끝났다. 침해조사국장-사무총장-위원장까지 모두 결재가 돼 안건이 전자우편을 통해 모든 위원에게 송부된 시각은 오전 11시30분이었다. 41분 만에 모든 결재가 완료된 것이다. 국장과 사무총장도 안건 내용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재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인권위 출범 초기 입사해 20년 넘게 근무한 이석준 사무총장을 성토하는 직원도 있었다. 위원들이 발의한 의안에 대한 적절성을 사무처가 판단할 권한이 있느냐를 놓고 논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책무가 무엇인지 아는 고위 간부라면 어떤 식으로든 결재를 회피하거나 막았어야 상식이지 않겠냐고 말하는 직원이 더 많았다. 이어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막자 2025-01-10 10:20:58 수정 안건 상정 직원들이 막지 못하면 다 같은 놈들 취급받습니다. 월요일 아침 전원위실 앞을 막아섭시다!!! 익명 2025-01-10 10:33:30 의지는 알겠는데, 님이면 물리력으로 입장하는 위원들을 막을 수 있으세요? 가능하지 않은 제안으로 힘 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불가능? 2025-01-10 10:41:54 노조를 필두로 직원들이 위원들 입장을 막는 게 왜 가능하지 않은 제안이라고 하는 거죠? 그냥 냅 두고 보자는 말씀인가요?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네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활동에 제약과 부담을 느끼는 공무원들이지만 직장이 망하는 길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잘못하면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간판을 떼야 할 수도 있는 위기였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월10일은 금요일이었다. 주말을 지나 돌아오는 월요일에 전원위가 있었다. 기민하게 움직여야 했다. 인권위 직원 20여명이 15층 인권위원장 접견실을 찾아 안창호 위원장을 만났다. 노조의 주도였다. 인권위 노조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산하다. ‘전공노 인권위지부’라고 줄여 부른다. 구성원이 공무원이라 제약과 부담이 많은 조직이다. 상근자를 두지 못해, 간부들이 현업을 겸한다. 한차례 해소됐다가 2021년 재출범한 노조로서 이번 사태는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였다. 직장이 망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노조가 뭉칠 수 있었다. 인권위원들이 ‘내란 우두머리’를 옹호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말려야 했다. 막아야 했다. 2024년 9월부터 노조 책임을 맡은 문정호 지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안창호 위원장에게 “긴급 안건을 인권위가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위원장은 “절차적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거부할 권한이 없다. 의무”라고 말했다. 문정호 지부장은 “안건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안 위원장은 “바빠서 아직 (안건) 내용을 정확하게 안 봤다. 13일 전원위에서 안건은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태의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비공개 안건이기 때문에 조용히 논의되었으면 문제가 없는데 외부에 나간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거였다. “위원회가 비판받고 혼란스러운 지금 상황은 모두 안건이 밖으로 나가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직원 : “월요일 전원위에서 안건 상정하시면 안 됩니다. 역사의 죄인이 됩니다. 내란을 옹호하는 것이 인권위가 할 일이고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일입니까? 그 안건을 인권위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습니다. 사무처 직원으로 하여금 안건을 상신하도록 지시한 행위 그 자체에 많은 직원이 모욕감을 느끼고 있어요.” 안창호 위원장 : “안건 자체를 논의하지 말라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주장이에요. 위원들을 폄하하면 안됩니다. 지난번 (남규선 위원 등 3인 위원이 제출한) 비상계엄 관련 안건도 논의를 했잖아요. (윤석열 방어권) 안건을 상정하지 않으면 과연 공정하게 보겠어요?” 인권위 직원들과 안창호 위원장 사이에 대화는 평행선을 이뤘다. 인권위 직원이 내란을 옹호하는 인권위의 현실에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지만, 안 위원장은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 그는 민주주의와 공정이라는 말을 내세우며 반론을 폈다. 이날 인권위는 주말을 앞두고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오전에 직원 20여명이 앉았던 15층 인권위원장 접견실에, 오후 들어 또 다른 20여명이 자리했다. 안 위원장에게 ‘윤 방어권 안건’을 상정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위해 찾은 전직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이었다. 안 위원장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숙고해보겠습니다…고민해보겠습니다…참고하겠습니다…잘 결정하겠습니다.” 등록자 과장 등록일 2025-01-13 09:35 ○○○ 과장입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갈 힘도, 실명을 밝힐 용기도 부족합니다. 다른 기관의 용감한 사람들처럼 실명을 밝혔을 때 국회에 불려가서 정치권에서 시달릴 생각을 하면 매우 무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중히 지켜온 우리의 일터,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지켜나가야 할 위원회를 위해서 익명으로라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안건 철회해주시기 바랍니다.
2025년 1월13일 오후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윤석열 방어권 권고 안건’을 상정하려 하자 전공노 인권위지부 조합원 등 직원들이 안건 상정 반대를 요구하며 전원위원회실이 있는 인권위 14층 복도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경태 기자
그렇게 ‘13일의 월요일’이 왔다. ‘윤 방어권 안건’을 의결하기로 한 전원위는 오후 3시에 예정돼 있었다. 자유게시판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이번에는 부서장들이 움직였다. 간부를 자처하는 이들이 잇달아 글을 올렸다. ‘내란 공범이 되기를 거부하는 인권위 과장들’의 성명도 나왔다. 이들은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일부 인권위원들이 인권위를 반인권적 국가기관으로 타락시키는 것을 넘어 위원회 구성원 모두를 ‘내란 공범’으로 내모는 사태를 좌시할 것이냐, 아니면 이제라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하는’ 일에 힘을 보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썼다. 인권위 지부는 오전 9시45분 긴급호소문을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모든 구성원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 우리 인권 공직자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무처 모든 구성원에게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수호하고 '내란 동조 세력'으로부터 인권위를 지키는 ‘인권위 지킴이’ 활동을 전개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인권위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전원위 긴급 안건 상정에 반대하시는 분들은 오늘 오후 모두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인권위 지부는 ‘인권위 지킴이’ 활동에 다 같이 참여하자며 긴급행동 계획을 알렸다. 오후 3시 전원위를 앞둔 2시30분, 10층 인권교육센터에 집결해 ‘인권위 지킴이’ 행동지침 설명 뒤 전원위가 열리는 14층으로 이동한다는 거였다. 여기에 전원위 개최를 실력으로 저지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전원위원회실 입구에 도열한 뒤 위원장 입장 뒤 방청한다”고 했다. 이들은 “‘인권위 지킴이’는 전원위 폐회 시까지 자리를 지키고 노조 지도부의 통일된 행동 지침에 동참한다. 개별적인 돌발 행동이나 물리력 사용을 절대 금지한다”고 했다. 또한 “조합원 여부와 상관없이 사무처 모든 구성원에게 간곡하게 동참을 호소한다”고 했다. 그리고 2분 뒤…. 가자 2025-01-13 09:47:57 인권위를 지킵시다. 동참하겠습니다. 나서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비노조원 2025-01-13 09:56:12 노조 가입 안 했지만, 가겠습니다. 노조에 감사합니다. 인권사무소 2025-01-13 09:57:17 12명 상경 중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