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문학 첨단의 감수성에 수여해 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8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10편. 심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심에 오른 작품을 2편씩 소개합니다(작가 이름 가나다순).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1월 하순 발표합니다.
이주혜 소설가 ⓒ신나라
"이 이야기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 스스로 움직이며 길을 가고 때론 변모하기도 하는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이주혜 장편소설 '여름철 대삼각형'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첫 문장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선언하는 듯하다. 자신은 쓰
손오공릴게임 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고 잘 듣고 잘 전달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이야기 스스로 길을 찾아가니 독자들도 그저 이야기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 보라고.
사실 이주혜 작가는 그간 발표한 소설마다 늘 이렇게 외쳤다. 모든 삶은 이야기가 된 후에야 완성된다! 이주혜 작가에게 이야기란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와 만나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바다이야기 . 별 하나로는 별자리를 만들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삶 그 자체로는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주혜 소설에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네가 존재하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가 존재한다.
이주혜의 '여름철 대삼각형'
바다이야기예시여기 세 사람이 있다. 두 번의 유산을 겪고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한 태지혜, 딸과의 관계 맺기에 실패한 송기주, 가족의 상처로부터 분가를 하지 못한 반지영. 이들은 간절히 원했던 아이를 낳지 못한 상처를 극복하기도 전에 임신한 시조카와 동거를 해야 하고, 어린 시절 부모의 부재 속에서 갖게 된 결핍을 딸에게 투영하는 자신을 미워해야 하고, 자신
바다이야기온라인 만의 삶을 살고 싶지만 자꾸만 솟구치는 억울함과 분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작가는 이 세 사람의 접점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각각의 삶의 두께를 쌓아 올리는 데 집중한다. 하늘은 평면이 아니다. 하지만 별과 별 사이를 연결해 별자리를 상상할 때 인간은 평면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이주혜는 이 사실을 잘 아는 듯하다. 그래서
바다이야기오락실 별자리를 먼저 만들지 않고 가만히 홀로 빛나고 있을 별을 그리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별 하나하나를 공들여 그린 후에야 이들을 하나로 모은다.
무주에서 만난 세 사람은 서로의 서사를 합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저 미친 듯이 웃고 떠들면서 논다. 그들이 웃을 때, 이야기는 스스로 길을 찾아 합쳐졌다 분리되었다 다른 이야기로 변모한다. 별자리가 만들어지고 이야기가 완성된다. 평면으로 연결된 별자리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으로 연결된 별자리다. 무주의 밤하늘 별이 국회의사당 앞의 응원봉 별과 연결될 수 있는 까닭은 그래서다.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낸 굴곡 덕분에 별자리는 입체가 된다. 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내려오자 이야기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사랑과 연대와 웃음이 가득한 이야기들이.
제58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진출작. 그래픽=김대훈 기자
윤성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