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며 40년 넘게 한국 경제의 규제 골격으로 작동해온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이 규제가, AI·반도체 등 초대형 투자가 필수적인 신산업 시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다. 규제의 틀을 미래 성장 전략에 맞춰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현실론과, 금산분리는 대기업의 금융 사금고화를 초래한다는 원칙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중한 태도
야마토연타 를 고수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월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AI 경쟁에 ‘43년 금산분리’ 흔들
경제부처 ‘현실론’, 공정위는 ‘신중론’
금산분리 원
바다이야기#릴게임 칙은 1982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핵심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제한·분리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계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것을 막고, 산업 부실이 금융 시스템에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 원칙은 1990년대 대우, 기아, 한라 등 대기업들이 금융사를 동원해 계열사의 부실을 은폐하다가 그
뽀빠이릴게임 룹 전체가 붕괴했던 사례에서 필요성이 입증됐다. 이후 수십년간 대기업 지배구조를 감시하고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지키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AI·반도체 등 혁신 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 필요성이 대두되며 금산분리 규제가 현실과 맞지 않고 국내 산업 경쟁력도 약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샘 올트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독점 폐해를 방지할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범위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후 산업계 전반에서 “43년 전 만들어진 낡은 규제가 더 이상 현재의 산업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논의의 중심에는 SK그룹이 있다. SK하이닉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스처럼 지주회사 그룹 내 ‘손자회사’인 경우,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 때 100% 자회사로만 세울 수 있어 외부 투자를 받기 어렵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AI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급부상했다.
핵심 논점은 지주회사를 묶고 있는 두 가지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첫째,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지배할 경우 100% 보유해야 하는 의무지분율을 50%로 낮추는 것. 둘째, 지주회사 산하에 사모펀드 운용사(GP)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배를 금지하고 있어, GP 설립이 원천 봉쇄돼 있다.
정부부처 입장은 엇갈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전략 산업에만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자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금산분리의 근간을 훼손하면 안 된다”면서도 “만약 기업의 자체적 자금 조달 여력이 일부 규제 때문에 어렵다면 반도체특별법과 같은 특별법의 한시적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을 손대지 않은 채 특별법을 제정하면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규제를 제한적·한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법 개정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17일 손자회사가 설립한 SPC에 한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지분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몰 조항’을 포함한 한시적 법률 형태로 규제 완화의 출구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우려는 남아 있다. GP 설립 허용이나 증손회사 지분율 완화가 특정 기업에 유리한 ‘맞춤형 규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SK그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규제 완화 혜택을 받아왔다. 2014년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으로 SK종합화학 합작사 설립이 쉬워졌고,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에서 기존 지주회사를 예외로 둬 사실상 SK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쟁을 위해 외부 자본을 받아야 한다면 총수 지분의 희석을 감수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며 “지배권을 전제조건으로 둔 투자 논리는 국민을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술 혁신 앞 시험대 선 금산분리
‘낡은 규제 vs 대기업 특혜’ 팽팽
전문가들은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기술 변화에 따른 제도 유연성을 주장하는 측과,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원칙 유지를 강조하는 측으로 나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완화론자들은 글로벌 경쟁이 ‘속도전’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금산분리가 대기업 사금고화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아날로그 시대의 논리”라며 “AI와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한 감시 시스템으로 사전·사후 통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완화론자들은 글로벌 시장 사례를 앞세운다. 이미 금융과 산업이 손잡고 AI 등 첨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것.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차세대 AI를 구동하기 위한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공·민간 협력 사업으로 투자 규모가 5000억달러에 달한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을 비롯해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SBG) 등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4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펀드를 조성했다. 또 메타는 사모펀드 블루아울캐피털과 합작해 27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산업과 금융의 융합은 이미 글로벌 추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금산분리 완화가 가져올 시스템 리스크에 주목한다. 금융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주체고, 산업자본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주체기 때문에 양자의 결합은 구조적으로 이해상충을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력 집중 억제는 공정거래법 제1조가 나열하고 있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며 “금산분리 예외 요구는 결국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한 채 대규모 AI 반도체 투자를 하게 해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AI 반도체 설비투자와 금산분리 완화는 본질적으로 연결 지을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SK하이닉스 정도의 우량 기업이면 내부 유보금, 채권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이를 근거로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일침을 놨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7호 (2025.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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