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는 지난 16일 나주 본사에서 가을철 경부하기 대비 전력 공무원연금관리공단 학자금대출 계통 안정화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 참관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전력망 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발생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준비와 24시간 빈틈없는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올 가을은 긴 추석 연휴가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경부하기 전력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전력거래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이곳은 우리나라 전력 수급을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전력 수급의 사령탑 같은 곳이죠. 이번 추석 연휴도 반납하며 24시간 실시간 점검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여기 현장을 지난 17일 직접 둘러보면서 대통령실이 ‘철통 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근거 3가지를 발견했습니다.
첫째로는 법령 기준보다도 깐깐한 주파수 점검 대세입니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벽에는 초단위 전자시계가 걸려 있습니다. 벽시계 바로 옆에는 주파수가 표시돼 있습니다. 근무자들이 시계를 보듯이 실시간으로 수시로 주파수 상태를 보고 있는 것이죠. 지난 17일 제가 방문했을 때 주파수는 기준 주파수인 60Hz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전력거래소는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전력계통운영규정에 따라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주파수를 기준 주파수(60Hz)에서 ±0.2Hz 이내로 유지해야 합니다. 즉 59.8Hz에서 60.2Hz 사이로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0.2Hz 유지가 중요한 것은 주파수가 ±0.2Hz를 넘으면 발전기 고장 위험, 블랙아웃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가을철에 발전량이 수요보다 많으면 주파수가 상승하고, 여름철에 발전량보다 수요가 급증하면 주파수가 하락합니다. 두 상황 모두 ±0.2Hz 오차 범위를 범어난 것이어서 정전 우려가 있습니다. 이같은 정전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전력거래소는 주파수를 ±0.2Hz 범위 내에서 유지하도록 법적·기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법령에 규정된 기준보다도 깐깐하게 주파수 관리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혁신처장은 “현장에서는 법령에 나온 ±0.2Hz 오차 범위보다 강화된 ±0.1Hz 오차 범위로 주파수를 챙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법령 기준보다 2배나 강화된 수준입니다. EMS, UFR, AGC…365일 24시간 자동 방어 시스템 ‘철통 방어에 대한 자신감’ 근거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K-기술 시스템’입니다. 우선 EMS(Energy Management System)라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입니다. EMS는 전력 수급 실시간 모니터링, 이상 감지 등을 하며 전력망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볼 수 없는 상황을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전력거래소는 2014년 10월부터 한국형 계통운영시스템(당시 LS산전·현 LS ELECTRIC(010120))을 도입·운용 중입니다. 여기에 UFR(Under Frequency Relay)과 AGC(Automatic Generation Control)도 추가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UFR은 전력계통 주파수가 너무 낮아졌을 때 자동으로 부하(전기 사용)를 차단해 계통 붕괴를 방지하는 자동 보호장치입니다. AGC는 평상시에 발전기의 출력을 조정해 주파수를 정밀하게 유지하는 자동 제어 시스템입니다. 최홍석 처장은 “UFR만 믿는 게 아니라 7단계 방어선을 만들어 놓고 대비하고 있다”며 “30분 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여분의 전력인 ‘운영 예비력’ 수준이 5500MW보다 떨어지면 준비,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나눠 사전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만간 EMS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해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신재생 간헐성 대비…전담 시스템·인력 도입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에 도입된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 모습이다. 날씨 변화에 따른 수요 예측을 하기 위해 기상학 전문가를 전문 인력으로 투입했다. 사진에 연두색 표시가 있는 이른바 ‘그린석’에 앉아 날씨 변화와 신재생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전력거래소)
세 번째 자신감 근거는 신재생 전담 시스템과 인력입니다. 아무리 대비한다고 해도 날씨까지 대비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신재생 발전의 간헐성은 더 커지게 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 비중이 늘면서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쑥날쑥한 상황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태양광 발전의 급격한 변동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실시간 수급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전력망 안정성에 부담이 되고 있죠.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는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연결되도록 통합적으로 관리·제어하는 시스템입니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에 가보면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이 별도 스크린으로 설치돼 실시간 점검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부터는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에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 등을 집중 점검하는 전문 인력을 추가 배치했습니다. 기상학 전문가로 날씨 변화에 따른 수요 예측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입니다. 최 처장은 “기후 변화가 심하다 보니 날씨에 따라 전력 수급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체크·예측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며 “중앙전력관제센터에 상주하면서 실시간으로 기상 모니터링, 수요 예측을 하면서 발전 등 다른 담당자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철통방어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대정전인 블랙아웃이 있었던 건은 역사상 한 번뿐이라고 합니다. 1971년 9월27일에 당인리 서울화력 5호기 고장으로 시작해 연쇄적 영향으로 전 계통이 정전(nationalwide black out) 됐습니다. 1981년 한국전력(015760)공사법 제정·시행으로 한전이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전체 망이 붕괴되는 ‘블랙아웃’은 한 번도 없었고요.
정말 안심해도 될까…통제 어려운 신재생 현실
사진 왼쪽은 호남에서 태양광 등이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황 즉 전기가 남아 도는 상황인데 전력망 문제로 수도권으로 제때 전기가 보내지지 않아 전력망 과부하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오른쪽은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Variable Renewable Energy·VRE)가 늘어날수록 계통(전력망) 불안정, 과부하가 증가하는 정도를 예상한 그림이다. (사진=문승일 한국에너지공대 석학교수)
그렇다면 정말 안심해도 될까요. 정말 빈틈이 없는 것일까요. 올해 4월 대정전이 발생했지만 유럽 여러 국가와 망이 연결돼 있던 스페인과 달리 한국은 사실상 전력망이 고립된 상황이라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력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1순위 신재생 망 리스크는 신재생 대부분이 중앙급전 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앙급전’이란 전력거래소가 전국 전력망을 보면서 어떤 발전소에서 얼마나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할지를 중앙에서 명령(급전)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중앙급전 시스템 덕분에 정전이 나지 않고 실시간 전력 수급이 균형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재생은 현행 제도상 중앙급전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 제어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신재생 과잉 전력 공급이 날씨 원인도 있지만 통제가 어려운 제도적 원인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가을에 호남 등에서 일정 발전 규모 이상의 신재생을 대상으로 출력 제한 명령을 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돼 있는 소규모 분산 에너지까지 제때 통제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새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앞으로 이같은 소규모 분산 에너지 사업자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한 출력 제한을 받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예상 수익에서 손실이 나는 것이기 때문에, 출력 제한에 대한 반발도 큽니다. 현재 신재생 출력 제한에는 보상이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보상을 하더라도 사업자 입장에선 보상 규모가 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보상 문제가 어려운 난제입니다. “가을철에 전력이 남는다고 하는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원전과 달리 바로 발전기를 끄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중앙급전 제외, 출력 제한 보상 문제까지 걸려 있어 쉽지 않은 셈입니다.
신재생을 중앙급전에 포함하는 것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실시간 전력시장 가격·입찰제’를 전국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현재 제주도를 제외하면 재생에너지는 이같은 입찰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신재생 발전량 예측도, 실시간 제어도 힘듭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도 실시간 시장에 들어와서 가격 경쟁을 하고, 예측·제어에 참여해야 시장도 살고 ‘블랙아웃’ 리스크도 근본적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신재생 목표치 올리는데 망 전문 인력은 태부족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현재(2023년 기준) 30GW에서 2030년 78GW로 확대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현재 8.4%(2023년 기준)에서 2038년 29.2%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100GW(기가와트)는 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를 11차 전기본보다 높일 것임을 시사했다. (자료=한국에너지공단)
그리고 하나 더. 전력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계통(전력망) 관련 인력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신재생 확대로 불안한 전력망 계통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면서 우리 전력 산업을 살리려면 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를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피크 전력이 절반 수준인데 전력계통 운영 인력은 우리나라 전력거래소보다 2배나 많다고 합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계통(전력망) 중요성이 점점 커질수록 계통 인력에 대한 증원과 예산 투입도 늘려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실정인 셈입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100GW(기가와트)는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정부안(78GW)보다 높은 목표치입니다.
목표는 중요합니다.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할 준비입니다. 특히 신재생이 늘어날수록 전력망은 더 지능적이고 유연해져야 합니다. 안정적인 주파수 기준인 60Hz를 지키기 위한 기술, 제도, 인력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우선 재생에너지 실시간 전력시장 가격·입찰제 전면 도입, 계통 인력 증원 등 제도·인력 보완을 속도감 있게 준비했으면 합니다. 이런 준비가 제때 돼야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에도 블랙아웃 걱정 없이 전기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와 미래=에너지 이슈 이면을 분석하고 국민을 위한 미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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