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행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기업이 기존 재개발·재건축 토지 등 소유자들의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권을 이전 받아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2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LH·SH 등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행자로 직접 참여하 고, 공공정비구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용하여 건축물을 건설한 후 토지등소유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정의를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도시정비법)을 발의했다.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쉽게 말해 정비 지역을 지정하면 LH와 SH가 직접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시행 사로 나설 수 있고 해당 지역의 소유자들로부터 소유권을 이전 받아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준공 이후에는 우선 공급 형식으로 기존 거주민에게 보상·분양해 원주민의 재정착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간 정비사업이 민간 조합 중심의 사업 구조로 조합원 간 갈등, 시공사 유착, 조합 비리 등의 문제가 반복됐 고 그에 따라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던 만큼, 공공이 나서서 사업 전 과정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틀을 마련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강제 수용 가능성과 빚더미에 앉은 LH의 보상력 문제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부터 나온다. 신보연 세종 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공기업이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된다면 사업성이 좋은 곳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용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사업성이 떨어져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하던 국가가 나서서 수용한다면,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줄 텐데 그때 생기는 개발이익을 원주민과 나누지 않고 국가에 전부 귀속된다면 주민 반발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현실적으로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권리를 LH 등에 넘기는 부분에 있어서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법안 취지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주민 동의율이 나오지 않을 땐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며, 또 강제 수용에 나선다고 하면 반발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보상 기준에 대해서도 LH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도 고민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쉽게 말해 민간 재건축 사업에 단순 지원 형식이 아닌 공공이 직접 손을 대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를 국가가 수용하겠다는 건데, 가장 큰 쟁점은 주민 동의율이 나오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LH는 이미 진행 중인 공공택지 사업도 적기 공급에 허덕이는 데다, 부채도 160조원에 달해 정비사업 시행까지 맡을 여력도 부족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LH 한 관계자는 "LH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업역을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선 우리로서도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권을 이전받는 건 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토지보상법으로 가능은 하다"며 "공익사업법은 헌법에 기초한 법률인 만큼 협의 절차 과정에서 협의가 원만하지 않더라도, 국토교통부를 통해 수용 재결을 거쳐 수용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 일정 수준 동의율을 충족하도록 한다면 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리스크는 일부 해결될 수 있다"면서도 "수용의 경우는 시가 보상이 아니고 개발이익이 배제된 금액이라 보상과 관련해 주민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사업성이 떨어져 지지부진했던 곳에선은 보상만 충분하다면 동의할 주민들이 꽤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찬성하는 주민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보상안 마련이 사업 추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