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일상을 위협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했던 비상계엄이었기에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즉각 수사에 나섰고, 숨 가쁜 수사 끝에 지난 1월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비상계엄 선포 54일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즉 범행의 구체적인 목적이 계약직연차휴가 드러나 있지 않다. 정부 주요 인사의 연이은 탄핵 소추와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인식 아래 ‘국회와 선관위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계엄이 단행됐다는 내용은 담겼지만, 주요 정치인사들을 왜 체포하려 했는지,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력화의 ‘최종 목적’은 무엇이었는지가 없다. 법조인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은 일반전세자금대출조건 이런 틈을 파고 들었다. 지난 4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재판에서 “26년간 정말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검찰의 공소장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게 어떤 로직(논리)에 의해서 내란죄가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물론, 내란 실행의 장본인인 윤 전 대통령은 기소 전 공수처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 관련 내용 진술을 일절 일반학자금 대출거절 거부했다. 그가 대체 왜, ‘정치적 자살’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모한 비상계엄 선포를 실행했는지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출범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사초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공소장 변경 절차를 통해 ‘내란범 윤석열의 범행 동기’를 담 자녀양육비 아낼 계획이다. 부정선거만 확인되면 위법한 계엄도 성공할 거란 망상 비상계엄 선포의 주된 동기는 일단 기존 공소장에 적시된 대로 꽉 막힌 정국 상황을 타개하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정부 출범 당시부터 여소야대로 국정 운영을 시작한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부터 방송3법, 노란봉투법 학자금대출카드연체 은 물론,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등 자신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 수사까지 모조리 거부하며 야당과 극한 대치를 벌여왔다.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또한 2023년 2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를 시작으로 계엄 선포 전까지 22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국회의 권한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선 연신 정치 투쟁을 일삼던 야권이 192석을 거머쥔 지난해 4·10 총선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보수 유튜버 등이 주장하는 4·10 부정 선거 음모론에 깊이 빠져들면서,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2024년 4월 총선 전 선관위 직원을 만나 부정선거 의혹 관련 조처를 지시했고, 총선 이후엔 부정선거 관련 의혹을 확인한 뒤 ‘사실무근’이었다는 내용을 윤 전 대통령에게 구두 보고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부정선거 의혹 확인에 ‘윤 전 대통령 지시는 없었다’고 했지만, 터무니없는 부정 선거 의혹을 행안부 수장이 대통령 지시 없이 스스로 확인한 뒤 보고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국군방첩사령부 관계자들도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였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4월 총선 이후 선관위 부정선거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이런 인식에서 비상계엄 선포 뒤 제1 장악 대상은 국회와 선관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계엄 관련 법률을 공부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증언대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요건과 국회 계엄 해제 절차를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계엄 상태 유지를 위해 국회 해제 표결을 막아야 했고, 요건에 맞지 않은 계엄 선포이지만 부정선거 실체를 드러낸다면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사흘 전 여 전 사령관에게 계엄 계획을 알리며 ‘부정선거와 여론조작 증거를 밝혀내면 국민도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또 국회 표결로 계엄이 무위로 그칠 상황이었던 지난해 12월4일 새벽 2시께 국회에 침투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연락해 ‘선관위로 인원 재투입’이 가능한지도 물었다. 비상계엄 선포의 핵심 목적 중 하나가 부정선거 의혹 확인이었다고 유추할 수 있는 정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를 위한 윤석열의 내란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배경엔 김건희 여사가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로 호출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시국 상황을 거론하면서 “개인적인 가정사를 우발적으로 말하면서 울분을 토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청장은 당시 언급된 개인사가 ‘김 여사 특검법’은 아니라면서도, 구체적인 진술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엄 직전 상황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개인 가정사’는 김 여사 관련 사안으로 보인다. 계엄 선포 보름가량 전인, 지난해 11월15일 법원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자 명씨는 “내가 구속되면 정권이 한 달 안에 무너진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 의혹을 폭로하겠다는 예고를 서슴지 않았다. 이 무렵 김용현 전 장관은 국회에 파견된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게 김 여사 특검법 관련 국회 상황을 지속해서 확인했다. 명태균 의혹의 당사자이자, 27년 검사 생활을 했던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선 ‘명태균 게이트’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수사의 ‘견적’이 바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정권 교체 뒤 출범한 특검 수사로 명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을 포함한 각종 혐의로 지난 8월28일 구속기소됐다.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동기만큼 계엄의 결말 또한 분명치 않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2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며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비상계엄 선포 뒤 조치 사항’에는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국회를 해산하고 5공화국 시절 국회를 대행했던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기구를 설치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주의를 정지시키는 장기 독재체제를 꿈꾼 셈이다. 복수의 관계자 진술로 확인된 정치인 체포의 최종 목적도 불분명하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박찬대·김민석 민주당 의원 등 야권 주요 정치인을 체포·구금한 뒤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 또 다른 감금 대상이었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는 대조적이다. 민간인 신분으로 정보사령부 인원들을 진두지휘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야구 방망이로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을 신문해 ‘부정선거 의혹 자백’을 받아내려 했다. 감금의 목적이 분명했다.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현재까지 비상계엄 이후 구상을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단초는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수첩 메모다. 지난해 4월 총선 이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70쪽짜리 분량의 수첩에는 계엄 시행 준비 단계부터 실행 이후 구상이 빼곡하게 적혔다. 계엄 선포 뒤 ‘국회·정치 개혁’ 방안으로 △민심관리 △헌법 개정 △국가안전관리법 제정 △선거제도 개선 등 계엄 상황이 최소 수개월 이상은 지속해야 가능할 법한 구상들이 제시됐다. 특히, 이 메모를 윤 전 대통령이 그토록 집착했던 부정선거 의혹과 연결해보면, 부정선거 의혹 폭로→국회 정당성 박탈(국회 해산)→비상입법기구 설치→헌법·선거제도 개정까지 연결이 가능해진다. 친위 쿠데타로 ‘계엄 유니버스’를 구상했던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 메모대로라면 체포 대상에 올랐던 주요 정치인들의 말로는 끔찍하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수거 대상처리 방법’에는 △일반전초(GOP)선 상에서 피격 △연평도 등 무인도로 이동시켜 폭파 △북한에 나포 직전 격침 등이 적혔다. 2차 비상계엄도 선포하려던 치기 윤 전 대통령은 위법한 12·3 비상계엄 선포를 1회에 그치지 않고, 2·3차 계엄 선포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16분께 합동참모본부 내 결심지원실을 찾은 윤 전 대통령은 계엄군이 국회 장악에 실패하자 김 전 장관에게 고성을 치며 “국회에서 의결했어도 새벽에 비상계엄을 재선포하면 된다고 했다”는 게 당시 결심실 근처에서 소속 부대에 상황을 전파한 군 관계자의 보고 내용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 표결 뒤에도 즉각 계엄 해제에 나서지 않은 정황도 의구심을 더해주는 요소다.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했던 시각은 새벽 1시3분이었던 반면, 윤 전 대통령이 추가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공식 선언한 시간은 3시간23분이 지난, 새벽 4시26분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 사이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던 걸까. 특검팀은 2차 계엄 선포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안보실 관계자 등을 연이어 불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지난 6월18일 공식 수사 개시에 나선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최장 12월14일까지다.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년 하고 딱 10일이다. 특검팀은 이 기간 안에 12·3 내란사태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까. 강재구 기자 j9@hani.co.kr
> 커뮤니티 > Q&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