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공슬롯 ㈛ 체리마스터 확률 ㈛㎈ 4.rbh443.top ╋━ ‘시노래’ 창작자로, 다시 대중 앞에 선 산울림 김창훈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 “피아노를 못 치는 게 핸디캡”이라는 그가 갤러리 내 피아노 앞에서 활짝 웃었다. 김상선 기자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 거지 갑 만기일시지급식 자기 바람이 차가와지네”
김창완(보컬·기타), 김창훈(세컨드기타·베이스·건반), 김창익(드럼) 삼형제로 구성된 밴드 ‘산울림’이 1982년 발표한 노래 ‘회상’이다. 43년이나 된 아주 오래된 노래지만 보컬 김창완의 자조하듯 읊조리는 마지막 구절,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라는 문장은 여전히 가슴을 후벼 판다. 이 노 보험대출이자율 래를 작사·작곡한 이는 바로 삼형제의 둘째 김창훈이다. 산울림 밴드의 또 다른 명곡들 ‘나 어떡해’ ‘산할아버지’ ‘독백’ 등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때로는 시대의 반항아가 울부짖듯, 때로는 철학자가 사색하듯, 때로는 순수한 아이가 동요를 부르듯, 시대를 뛰어 넘은 록 밴드 산울림의 정서를 만들어낸 그였다.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생활비1983년 산울림의 공식 활동을 중단하고 산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해태제과 아메리카를 거쳐 CJ 프레시웨이 부사장으로 은퇴했다. 올해 나이 69세. 70세를 앞에 둔 그가 다시 대중 앞에 섰다. 1000편의 시에 1000개의 곡을 붙인 ‘시노래’ 창작자로, 추상화 120여 점을 전시하는 화가로, 에세이집 『노래가 된 시 이야기-정말 그럴 때가 아파트 매매 절차 있을 겁니다·사진』 『김창훈의 독백』을 발표한 작가로. 오는 15일에는 서울 신사동 거암아트홀에서 시노래 공연도 열 예정이다.
Q : 2021년 시노래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A : “작곡에 대한 꿈틀거림을 토해내야 되는데 글감이 필요하잖아요. 그때 만난 게 ‘시’였어요. 아름다운 시에 내가 만든 곡을 붙여보자. 곡이 완성되면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고, 연습한 다음 촬영해서 유튜브 채널(김창훈의 시와 음악 사이)에 올렸어요. 모두 혼자 해야 해서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하느라 애 좀 먹었죠.(웃음) 중간에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녹음했으니까요. 그렇게 1000곡의 시노래가 쌓였어요.” Q : 첫 번째 시노래는 어떤 거였나요. A :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었어요. 필사를 하고 종이를 바라보는데 어느 순간 음률이 떠올랐죠. 쏟아지는 음률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타 코드를 막 갈겨 썼어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로 시작하는 ‘방문객’은 이번 공연 제목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에도 반영됐죠.” Q : 1000개의 시를 고르는 기준은 뭐였나요. A : “저만의 감성이 우선했지만 몇 가지 원칙이 있었어요. 첫째는 시인 한 분 당 시 한 편만 하자. 나태주 시인이나 정현종 시인은 유명한 시가 많지만 더 많은 시인의 시를 만나는 게 목표였어요. 세상에 시를 선물한 시인들에게 노래를 선물하고 싶었으니까요. 둘째는 감탄사·의태어·의성어 모든 걸 토시 하나 고치지 말고 노래하자. 곡을 붙일 때 조금 부자연스럽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시인들이 그렇게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그는 한국 현대시의 태동기인 1890년대 출생한 김명순·김일엽·나혜석을 시작으로 한용운·윤동주·이육사·이상화 등 일제강점기 민족시인, 이상·백석 같은 천재 시인을 비롯해 기형도·나태주·도종환·신달자·장석주·정호승·허수경 등의 시에 곡을 붙였다. 120년을 아우르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1000번째 시는 2022년 작고한 이어령 선생의 ‘정말 그럴 때가’를 선택했다. Q : 어려움은 없었나요. A : “사실 어떤 시는 한두 문장으로 끝나고, 어떤 시는 산문처럼 길게 펼쳐져서 이걸 어떻게 노래하지 난감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산문체 시는 랩으로 부르기도 했어요.(웃음) 시마다 뉘앙스가 다 달라서 재즈 풍의 시는 재즈로, 트로트 풍의 시는 트로트로 불렀죠. 1000개의 시노래 장르를 말하라면 포크부터 탱고까지 정말 다양해요.” Q : 1990년대·2000년대생 시인들의 작품도 포함됐겠죠. A : “물론이죠. 김희준·이원하·차영은 등 요즘 아주 핫한 젊은 시인들의 시도 노래했죠. 예를 들어 고선경 시인의 ‘건강을 위한 시’는 제목도, 발상도, 내용도 발랄하고 재밌어요. 그런 시는 또 그 분위기에 맞춰서 노래했죠. 이게 젊은 세대들의 시구나!”(웃음) Q : 시노래를 만들고 공연까지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요. A : “지난 5년 간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에요. 이걸 왜 하나? 순수하게 시인들한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1000곡을 하고 나니 ‘시는 글로 된 보석’이라는 결론이 나더군요. 누구나 보석은 좋아할 텐데, 외형을 치장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아름답고 부유하게 만드는 진짜 보석이 시구나. 시를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겠구나. 그런데 시는 온전히 암송할 수 있어야 진짜 내 것이 돼요. 그냥 시를 한 번 읽는 것은 진열장에 있는 보석을 쓱 보고 지나치는 것과 같아요. 시를 외워서 소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복해서 노래를 부르는 거죠. 이번 공연은 바로 이런 시의 가치와 힘을 전달하는 자리에요.” 학창 시절 외우기 힘든 원소 주기율표에 멜로디를 붙여 외웠더니 수십 년이 지나도 기억난다는 사람들이 있다. 송창식의 ‘푸르른 날’ 때문에 서정주 시인의 시를,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부른 ‘향수’ 때문에 정지용 시인의 시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됐다는 사람들도 있다. 단순한 암기 비법을 떠나, 세상의 많은 시에는 사랑·죽음을 비롯한 인생의 모든 주제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이처럼 사려 깊고 넉넉한 품을 가진 공감의 말이 또 있을까. 여기에 나이 70을 바라보는 작곡가가 고민한 편안한 멜로디가 얹혀졌다. 김창훈이 말하는 시노래의 힘이다. 그는 관중이 시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도록 이번 공연을 ‘박수 없는 공연’으로 치를 계획이다. 물론, 공연하는 25개의 시를 모두 외워서 부른다고 한다. 김창훈의 도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5일부터 11월 13일까지 광화문에 있는 갤러리마리에서 가수 김완선과 함께하는 그림 전시 ‘김완선X김창훈-ART BEYOND FAME’도 진행 중이다. 김완선의 정규 앨범 1집 ‘오늘밤’과 2집 ‘나홀로 뜰 앞에서’ 전곡을 김창훈이 작사·작곡한 인연이다.
Q : 산울림과는 분위기가 다른 김완선씨의 대표곡들을 만드셨다니 놀랍습니다. A : “80년대 초반에 산울림 활동을 접고 직장인으로 충실하게 살았지만 여전히 제 속에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었던 거죠. 완선님 앨범 작업은 그런 제게 하나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벌써 40년 전인데 완선님이 지금까지도 롱런해서 작곡가로선 굉장히 감사하죠.”(웃음) 김완선과 그림 전시…과거 작사·작곡 인연
시대를 뛰어 넘은 록 밴드 ‘산울림’ 삼형제. (왼쪽부터)김창훈, 김창익, 김창완. [중앙포토]
Q : 그림 작업을 시작한 건 채 1년도 안 됐다고요. A : “시노래가 시인들을 위한 선물이었다면, 그림은 제 안의 울분과 열정을 토해내는 작업이에요. 추상화를 그리는 이유도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고 싶어서죠. 때로는 절제하고, 때로는 폭발하면서, 가급적 캔버스를 비우고 덜어내는 대신 ‘색’이 가진 고유의 감성들을 살려서 즐거움과 위안, 아름다움을 구현하고 싶어요.” Q : 형 김창완씨도 그림·글·음악에 다재다능하죠. 예술 분야의 정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A : “우린 그걸 ‘산울림 정신’이라고 불러요.(웃음) 음악도 삼형제가 놀이로 시작했으니까요. 좋으면 일단 해보자, 그거예요. 막내(고 김창익)의 예술적 가능성도 엄청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너무 안타깝죠.” Q : 그런데 세 분 다 대학에서 엉뚱한 전공(김창완 서울대 농과대학 잠사학과, 김창훈 서울대 식품공학과, 김창익 고려대 기계공학과)을 하셨어요. A : “그때는 취직이 잘 되는 과를 가는 게 우선 목표였으니까요.(웃음) 대학도 학비가 없으니까 무조건 국립대를 가야 했고. 막내 때야 겨우 형편이 좀 펴져서 ‘사립대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그런데 형이 대학교 1학년 때 느닷없이 사온 기타 하나로 인생이 많이 바뀌었죠. 그때는 주말이면 삼형제가 모여서 기타 두 대로 밴드 흉내 내면서 노는 게 제일 재밌었어요. 막내는 그때 책과 수저통을 두드리며 드럼 파트를 맡았죠. 산울림의 1집 앨범 재킷 디자인도 우리가 아이디어를 낸 거였어요.”(웃음) Q : ‘회상’‘독백’ 등은 노랫말이 너무 좋아서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입니다. A : “K팝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외국인들을 위한 한글 교재로 시노래를 쓰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시인들이 하나하나 고민해서 고른 아름다운 한국어가 기억하기 좋은 멜로디에 얹혀 있으니 ‘고급스러운 한글’이 보급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Q : 새로운 목표가 ‘노마드 시노래 투어’라고요. A : “시의 가치를 알리는 게 이번 공연의 취지인데 이걸 서울에서만 하지 말고 전국에 있는 문학관에서 하면 좋겠어서요. 일종의 ‘마음 속 보석 갖기’ 캠페인이죠.(웃음) 공간은 크지 않아도 돼요. 작은 공간에서 정말 마음에 오래 여운을 남기는 시노래 하나를 얻어간다면, 그래서 누구나 가슴에 보석 같은 시 한 편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