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를 결정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사진)이 사의를 표명했고, 일선 검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검찰은 지난 7일 대장동 개발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민간업자 김만배씨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항소를 하지 않고 기한을 넘겼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대검찰청이 ‘항소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례적인 결정이어서 일각에선 법무부 장관과 차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 신한카드 통신비 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추징금 8억100만원, 화전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165만원, 남욱 변호사에게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에게 징역 5년, 정민용 변호사에게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추징금 37억2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년간 재판이 이뤄지고 충분히 공방이 신용정보무료조회 이뤄진 상태에서 중형이 선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에 대해 도망의 염려가 인정된다”면서 이들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대장동 민간업자 특경법상 배임죄 1심 무죄 항소 포기로 이 대통령도 무죄 선고 가능성 “압박·회유 수사 문제 있었더라도 항소 포기 정당 사유 안 돼” 지적 “되지도 않은 걸 기소, 국민 파산면책대출가능한곳 고통” 이 대통령 과거 발언도 재조명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사건 항소 제기와 관련해 지난 5일부터 대검과 협의를 진행했다. 대검은 중앙지검에 검찰의 별건수사, 전면적인 배임 공소사실 변경에 대한 법원의 지적 등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및 적법성 검토 등을 요청하는 등 협의를 거친 끝에 지난 7일 항소 제기를 직접파산비용 불허했다. 대검은 ‘일부 피고인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중형이 선고돼 항소 실익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항소 제기 여부의 최종 결정권은 해당 지검의 검사장에게 있다. 다만 주요 사건은 지검이 대검과 협의하고 위법한 지시가 아니라면 대검의 최종 결과에 따르는 게 관례다. 8일 사의를 채권최고금액 밝힌 정 지검장은 9일 입장문에서 “대검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반대 의견을 내 항소 포기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이 나왔다.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입장문에서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지난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급기야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 없이 그저 기다려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9일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으나, 법무부 차원의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저의 책임하에 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모두 항소했으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결한 부분도 다툴 수 없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검찰의 항소 포기는 정치적으로 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에서 민간업자들은 회사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죄)로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 등과 함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죄)는 구체적인 손해액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경법상 배임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1심의 결정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되면 이 대통령에게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일부 피고인들이 수사검사가 압박 및 회유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 항소 포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형사재판을 전문으로 하는 A변호사는 “수사검사들의 문제는 그 자체로 지적해야 하는 것으로 항소 포기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비슷한 다른 사건에서 검찰이 같은 판단을 내릴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검찰은 정치적 부담만 지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기계적 항소’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항소 제기에 거침이 없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30일 국무회의에서 “검사들이 되지도 않는 걸 기소해서 무죄가 나오면 면책하려고 항소와 상고를 해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며 기계적 상소 관행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