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목희·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동안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오랜 무역 협상 끝에 최종 합의안에 도달했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관세율이 명기되지 않은 점, 대미투자 펀드의 세부내용이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을 우려하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무역협정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됐으며, 양 메이플4월6일 국은 수개월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한국 정부로서는 큰 안도감을 주는 결과이며,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의 협정에서 5 개인파산상담실 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며, 그 자금의 운용 방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한 일본은 원금 회수 후 발생하는 이익의 90%를 미국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NYT는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 강국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가(미국 조선업 재건·MASGA) 프로젝트’ 구상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며 부산소상공인진흥원 “한국 기업들은 1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산업 투자를 주도하게 되며, 여기에는 직접 투자뿐 아니라 대출 보증 등 금융 지원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주에 위치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금관과 무궁화 훈장을 사금융종류 수여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AP]
한국은 이미 지난 7월 협정의 기본 틀에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정을 두고 양측이 끝까지 이견을 보였다. 경주에서 열린 정상 만찬을 앞두고는 합의 여부를 둘러싼 혼선도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 대출가능한도 미국이 한국과 합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으나, 잠시 후 “거의 최종 합의 단계에 있다”고 말을 수정했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장은 “협상 전망이 밝지 않았지만 오늘(29일) 빠른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으며,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 행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국 정부 발표 몇 시간 뒤 백악관은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계획과 미국산 장비·에너지 구매 계획 일부를 담은 자료를 배포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103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주에 위치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무궁화 훈장을 수여받고 있다. [AP]
결국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수입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매년 최대 200억달러씩 총 20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별도로 미국 조선업에 15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투자 대상은 ‘상업적으로 합리성이 있는 분야’로 한정되며, 자금은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 따라 분할 투입된다. 대규모 일괄 투자가 아닌 단계별 투입 방식을 관철한 것은 한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펀드는 각각 3500억달러, 5500억달러 규모다.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하고, 사업 진도에 맞춰 투입 시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이 방식으로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원화 가치 하락과 1990년대 말 외환위기 경험을 고려할 때 시장 안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합의에는 ‘경제 불안정이 발생할 경우 투자 일정과 연간 투자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또한 투자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위해 양국은 한국 측 관리자를 임명하기로 했으며, 투자 원금과 이자가 상환될 때까지 수익은 양국이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반도체 ‘대만 기준’, 최혜국 대우보다 한발 물러선 조치
그럼에도 최종 합의안의 세부 내용이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미의 협상 핵심 쟁점이던 대미투자펀드 문제를 어떻게 조율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미 관세 협상 최종 타결에 따른 반도체 관세율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끌었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지난 30일 소셜미디어에서 “한미 무역협상 타결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커틀러 부회장은 한미 관세협상의 세부 합의문이 공개되면 주목해야 할 사안으로 ▷대미투자펀드의 규모 및 시행 시점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15% 관세율 적용 여부 ▷농산물 시장 개방·디지털 규제 및 비관세장벽(NTM) 완화 수준 ▷비자 완화 조항 포함 여부 등을 언급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한국은 미국이 EU·일본·동남아 여러 국가들과 잇따라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며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및 기타 제품 수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협정이 최종적으로 언제 발효될지, 협정문 전문이 언제 공개될지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한국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로 합의된 것과 관련해 “7월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 합의에선 한발 물러선 조치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